기사제목 [에세이] 달라도 괜찮아/박준영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에세이] 달라도 괜찮아/박준영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8.11.29 14:5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박준영

우리는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대상, 즉 나와 다른 대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모든 동물이 갖는 본능적 반응입니다. 야생에서 사는 동물은 평소 보지 못한 대상이 나타나면 당연히 두려움과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개체의 생존본능과 보호본능에 의해 당연히 그런 반응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문명화된 현대 인간 사회에서는 낯선 것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에 의한 경계심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문명이 발전한 역사는 어쩌면 ‘낯선 존재와 더 안전하게 대면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에는, 혹은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까지도, 인종, 장애 여부, 성적 지향 등을 구분에 따라 소수자와 약자들을 차별했습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활용한 논리도 낯선 대상, 우리와 다른 대상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러한 역사는 잘못되었으며 반복되어선 안될 역사라 가르치며 배우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회적 다양성은 그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서는 낯선 대상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한민족’임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이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을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단일 민족임에 뿌듯함을 느낀다는 사실은 단일성을 해치는 낯설고 다른 대상에 대해 경계심이 높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5월 500여 명의 예멘 출신 난민들이 제주도에 왔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저는 기뻤습니다. 이제 한국도 난민들이 와서 정착하고 싶을 만큼 안전하고 포용적인 나라로 인정받은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후 한국 사회에서 제주 예멘 난민들을 향한 반응은 당황스러울 만큼 폭력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종교를 근거로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했습니다. 이 현상을 두고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우리 사회가 오히려 이들을 사각지대로 몰아내며 범죄를 일으키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매년 열리는 동성애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퀴어축제를 본 우리 아이들이 동성애자가 될까 두렵다’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 두려운 사회라는 것부터 문제이지만, ‘낯선 대상’인 동성애자들을 전염병 환자 취급하는 것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낸 또 하나의 단면입니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특징을 홉스테드의 연구 결과가 증명합니다. 홉스테드는 여러 국가를 여섯 가지 척도로 구분하는데, 그 중 하나가 ‘불확실성에 대한 기피’ 입니다. 한국은 불확실성에 대한 기피에서 85점을 받았습니다. 인도네시아는 48점, 미국은 46점을 받은 것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불확실성에 대한 기피 지수는 매우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인도네시아 한인 사회는 어떨까요? 제가 2012년부터 약 6년간 경험한 인도네시아 한인사회 역시 다른 것에 대한 경계 또는 두려움이 높은 사회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한인사회의 질서와 다른 행동은 ‘한인 사회의 화합과 단결을 깨는 행위’라는 지적을 받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습니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저는 남한과 북한이 단일팀을 이뤄 출전한 여자농구 단일팀을 응원하기 위한 한 민간 응원단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참여한 민간 응원단에서는 아시안게임이라는 축제 분위기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희망에 힘입어 다양한 행사와 응원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한인 아시안게임 지원 기구인 ‘민관합동위원회’에 참여한 여러 단체로부터 ‘혼자 너무 튀지 말 것’을 요구받았습니다.

지난 19대 대통령 재외국민 투표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카르타와 땅그랑, 두 지역에서 진행됐습니다. 제 지인 중 한 분이 선거가 잘 진행되는지 지켜보기 위해 땅그랑 지역 재외국민 투표 참관인으로 지원했습니다. 그 분이 보기에 철저하게 선거 관리가 되지 않았고, 심지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커피 심부름 등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했고, 주의를 받은 땅그랑 선거관리위원들은 다음 날부터 이 분을 ‘까다롭고 매정한’사람으로 취급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같은 한인사회에 있는 사람을 신고할 수 있냐는 취지였습니다. 

인도네시아 한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이러한 한인사회의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냅니다. 나와 다른 정치적 의사 표현에 대해 건전한 토론으로 반박하기보다 인신공격을 가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심지어 한 한인 언론 커뮤니티에서는 아예 ‘정치적 글’의 게시를 금지했습니다. ‘다름’이 표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발로입니다. 다른 의견의 표출은 어떻게 민주적이고 성숙한 방법으로 조정할지 고민해야지, 아예 봉합해버리는 것은 옳지 않은 해결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낯선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달라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인도네시아 한인사회가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포용력이 필요합니다. 언제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과 어느 자리에서든 편견 없이 토론하고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며 존중하는 인도네시아 한인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images.jpg
 

인문창작클럽(INJAK)
인문창작클럽 (인작: 회장 이강현)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인으로 구성되었으며, 개개인의 다름과 차이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재인도네시아 한인사회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임입니다.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