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서평] 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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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서평] 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전쟁

기사입력 2018.11.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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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기자 목타르.jpg▲ 저자 목타르 루비스의 '한국전 종군기' 표지 [사진: 오보르 출판사]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전쟁> 어문학사  
저자: 목타르 루비스(Mochtar Lubis, 1922~1974)
역자: 전태현 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통번역학과 교수

“코를 찌르는 화약 냄새와 지독한 피고름 냄새!” 인도네시아인 유엔종군기자 목타르 루비스는 6·25전쟁의 참상 중 한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평가받고 있는 루비스가 6·25전쟁을 군더더기 없이 기록한 한국전 종군기(Catatan Perang Korea)이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루비스는 난리통에 한반도를 누비면서 한국인이 겪는 고통과 비참함을 기자수첩에 꼼꼼히 담아 한국전쟁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여준다. 1951년 9월에 출판된 종군기를 번역한, 전태현 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통번역학과 교수는 “열대의 나라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방인의 시각에서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고 느낀 점들을 탁월한 문학적 사유를 곁들여 담아낸 수기이다”라고 촌평했다.  

220px-Mochtar_Lubis_(1979).jpg▲ 목타르 루비스 [사진: 위키피디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인의 처절한 절규와 고통에 공감하고 전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바랐다. 또 인도네시아인들이 당시 한반도 현실에 다소라도 관심을 기울여 봄으로써 한 국가의 지도자가 적대 관계에 있는 강대국들의 휘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나라가 어떻게 파멸의 길에 이르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특정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수마트라 섬 빠당에서 출생한 루비스는 1945년 안타라통신사를 창설하였고, 유력 신문 '인도네시아 라야'를 창간하고 주필로 활약했다. 대표작으로 자카르타의 황혼(Senja di Jakarta)'과 '끝없는 길(Jalan Tak Ada Ujung)' 등 다수가 있다. 수카르노 정권 때 투옥되어 9년간 옥고를 치른 저자의 작품 ‘자카르타의 황혼’은 1950년대 인도네시아 정치·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가감없이 묘사해 언론과 문학 분야의 막사이사이 상을 수상했다. 전쟁 중 탐욕스러운 한국인 농부를 주인공으로 그린 '밤나무 골(Kebun Pohon Kastanya)'은 작가가 증오하는 부류의 인간상을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다.

저자는 “매일 보고 듣는 것이 온통 미국과 한국군의 승전 소식이었다. 한국인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보도되지 않았다”며 “한국에서 벌어진 전쟁인데 정작 한국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적었다. 한국인들이 느끼는 감정과 고통 그리고 바람에 관한 기록들이 너무 없었다”라고 출판 동기를 밝혔다.

450만명이 처참하게 죽은 전쟁을 생생하게 담은 종군기에는 △여정의 시작: 자카르타 – 발릭파판 – 마닐라 – 오키나와 – 도쿄 △K-9 비행장과 부산 △밀양에서 만난 필리핀 부대 △빨치산 소녀와 부산행 열차 △북한군 철모와 중앙청 △의정부 탈환작전 △6·25종군기자들 △한반도의 재앙 △김일성 △이승만 등 10개 소제목을 실었다.

루비스는 한반도의 재앙이라는 제8장에서 기관총 탄알이 복부를 관통한 여성을 목격한 후 이렇게 묘사했다. “그녀의 목구멍에서 마지막 단말마의 비명이 빠져나왔다. 피비린내와 고름투성이 상처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간은 이와 같은 장면들을 목격하게 되면 더 험악해지거나 더 숙연해지게 마련이다. 내 머리속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이 모두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무슨 소용? 인간성의 말살이었다. 더욱이 이 모든 것이 남과 북의 적대관계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 밖에서 도래한 외세끼리의 충돌 때문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민족 스스로는 남과 북을 갈라놓은 38선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잘 알지 못했다.”

작가는 이어 한국의 ‘혼돈’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의 이승만이 썩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썩은 것은 정부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승만이 파시스트라고 했다. 파시스트는 그가 아니라 경찰이라고 했다. 남한 사람이 잔인하다고 했다. 아니 잔인한 건 북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승만은 미국의 허수아비라고 했다. 아니 이승만이야말로 미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미국은 한국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으며, 단지 대한민국을 방어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아니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 이유는 극동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라고 했다. 소련이 북한군의 기동을 지휘했다고 했다. 한국인들이 북한군의 진입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했다. 아니 북한군을 증오한다고 했다. 한국인은 미군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니 미군을 싫어한다고 했다. 남한은 정말 잔인하다고 했다. 남한은 민주국가라고 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책표지.jpg▲ 책 표지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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