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영선(14)] 대한민국 '다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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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14)] 대한민국 '다한민국'

기사입력 2019.01.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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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14)] 대한민국 '다한민국'

필리핀 출신의, 영화 속 ‘완득이 엄마’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은 얼마 전 다문화 좌담회에서 자신의 아들이 한 말을 소개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살면서 군 복무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문화’란 말이 생겨나더군요. 그러더니 저 같은 사람은 ‘그냥 한국인’과 구분이 되더라고요. 다문화란 말이 붙으면서 남들과 다른 한국인이 돼버린 거죠.” 다문화란 표현이 이주자나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게 하기보다 이주자, 문화적 소수자를 구분함으로써 차별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외국인 거주자들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인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페이스북 ‘다한민국’에 접속해봤다. 다한민국은 ‘우리 모두 다 대한민국 사람’이란 의미라고 한다. 외국인 거주자들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와 닿는다. 어느 유학생의 이야기는 이렇다. “저는 피부 색깔이 진합니다. 그런데 저를 쳐다보는 한국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하다고 느껴요. 전철이나 시내버스를 탔을 때 제 옆자리가 비어 있어도 잘 앉지 않습니다. 전 괘념치 않아요. 그냥 무시해요. 오히려 기회죠. 제 가방을 놓을 수 있으니까요. 한국이 좀 더 개방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한국은 여러 면에서 대단한 나라긴 하지만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220만 명에 이르고, 지난해 약 1500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으로 귀화하는 외국인 수가 매년 1만 명을 넘고, 우리 군 현역병 중 다문화 출신 장병이 1000여 명이나 된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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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거주자

오늘날 이주 문제는 세계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영국 국민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겠다고 했던 배경에도 외국인 이주 문제가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우리에게 다문화는 이미 현실이고 현상이다. 따라서 다문화란 무엇인지, 다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넓혀가야 할 때다.

다문화 사회란 다른 인종, 민족, 종교 등 여러 집단이 지닌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유달리 강한 한국도 1990년대 이후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유학생이 대거 유입되면서 다문화 사회가 됐다. 이에 따라 다문화 사회에서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이 있어왔다. 다문화 사회는 이주자가 주류사회에 완전 동화되는 용광로 방식과 이주자 그룹 각자의 문화적 개성을 유지하며 주류사회에 통합되는 모자이크 방식으로 나뉜다. 그러나 어느 방식이 됐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 기본이다. 거주자와 이주자가 서로를 ‘그들’이라고 보는 시각이 아니라 ‘우리들’로 여기는 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주자들이 우리말을 익히고 우리 문화에 동화돼야 한다는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게 사실이다. 다문화에 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 자체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차별받지 않고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건설을 표방하고 있다. 또 정부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신남방정책을 천명하면서 그 비전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제시했다. 편견에 사로잡힌 인식으로는 마음이 통할 수 없고,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게 불가능하다.

어릴 때부터 세계시민으로 키워야

올바른 다문화 사회를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다문화 국가에서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다문화를 이해하는 국민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어릴수록 타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으므로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세계시민으로 키워야 한다.

싱가포르는 1964년 인종폭동이 일어났던 7월 21일을 ‘인종화합의 날’로 지정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해오고 있다. 우리도 다문화 이해와 증진을 위해 제정한 ‘세계인의 날’(5월 20일)을 보다 국민적인 차원에서 소통하고 교류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주자와 이주자 자녀들을 이중언어 전문가로 육성해 글로벌 인재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오늘날 미국, 일본, 중국(조선족) 등지의 동포는 740만 명에 이르고, 연 3000만 명의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1903년 하와이 이민을 시작으로 일제 통치하에 많은 사람이 중국 등지로 떠났다. 해방 후에도 서독의 광부와 간호사, 중동 및 동남아시아의 근로자 등 많은 한국인이 해외로 나갔다. 우리 해외 동포들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무진 애를 써왔다. 따라서 해외에서 거주·활동하는 동포와 연계해 역지사지해 보면 다문화 문제를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우리 동포가 해외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어떤 대우를 받기를 원하는지, 그것이 우리 다문화 사회에 대한 해답이 되지 않을까.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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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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