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무슬림 여성으로서 글쓰기–인도네시아 여성작가협회 회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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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여성으로서 글쓰기–인도네시아 여성작가협회 회원들과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9.02.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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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시인)


  몇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자바의 건기가 올해 유난히 길었다. 아시안게임으로 들썩였던 도시의 공기가 채 가라앉지 않아 더욱 텁텁하고 메마르게 느껴지던 건기의 끝, 인도네시아 여성작가협회(KPPI)의 창립자인 라트나(Ratna M Rochiman-이하, 라) 시인과 두 명의 소설가, 타티(Tati Y Adiwinata-이하, 타)와 디안(Dian Rochmikawati-이하, 디)을 만나기 위해 서부 자바의 주도인 반둥(Bandung)으로 향했다. 
  평소 자카르타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반둥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교육 도시이며 동시에 너른 차밭과 온천으로 유명한 휴양 도시이다. 그곳에서 인도네시아 여성작가협회가 탄생한 것은 어쩐지 매우 적절하게 느껴졌다. 라트나 시인과 나(채인숙-이하, 채)는 한국의 한 문예지에 시를 번역 소개했던 인연으로 이미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었고, 다른 소설가들은 첫 대면이었다. 우리는 만나자 마자 서로에게 뺨을 대는 인사로 반가움을 나누었다. 앗살람말라이쿰(atsallamalaicum) 

아시아문학3.jpg▲ 인터뷰를 위해 만난 채인숙 시인(왼쪽 첫번째)과 인도네시아 여성작가협회 회원들. [사진 제공: 채인숙]
 

채: 라트나, 우리 꽤 오랜만에 만나는 군요. 다른 두 분도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라: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일이 자꾸 생긴다는 것이 신기하고 기뻐요. 인터뷰니까 제 소개를  하자면, 인도네시아 여성작가협회(KPPI)를 만든 라트나 로치만 시인입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썼고, 지금은 시와 소설을 쓰면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어요. 여기 두 분은 소설을 쓰는 타티와 디안입니다.  

디: 안녕하세요. 저는 디안 로치미카와티(Dian Rochmikawati)이고 필명은 디안 라치마(Dian Rachma)입니다. 반둥에서 태어나 1998년에 파자자란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습니다. 소설을 쓰고 있어요. 

타: 저는 타티 아디위나타(Tati Y. Adiwinata), 나이는 47세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소설을 썼고 1992년 하리안 우뭄 피키란 락얏(Harian Umum Pikiran Rakyat)이라는 신문에 처음으로 제 단편이 실리면서 소설가로 살고 있어요.  

라: 인도네시아에는 아주 짧은 단편소설을 츠리타 펜덱(Cerita Pendek 짧은 이야기라는 뜻-역) 줄여서 츨펜(Cerpen)이라고 하는데 인기가 많은 장르예요. 두 사람은 SNS를 통해 일반적인 소설 뿐 아니라 츨펜으로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타: 얼마 전에 소설가들이 모여 단지 세 문단만으로 이야기를 완성하는 츨펜 단편집(Kitap cerpen Tiga Paragraf)을 출판한 적이 있어요. 아주 재미있는 기획이었지요.   

채: 인도네시아 작가들은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작품을 발표하나요? 한국은 등단 제도가 있어서 주로 문예지나 신문을 통해 데뷔를 하고, 그후 지면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시집이나 소설집을 내거든요. 물론 출판사와 바로 계약을 맺고 책을 내는 분들도 많지만요. 

디: 인도네시아에는 아직 문학 전문지가 많지 않아요. 호리손(Horison)과 움미(Ummi), 안니다(Annida) 정도의 문예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신생 문예지들이 생겼다가 금방 사라지곤 해요. 최근에 인터넷 문학 사이트가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요. 대신 신문마다 주말판에는 반드시 문학면이 있어서 작품을 발표하는 중요한 통로가 됩니다. 지방 신문들도 마찬가지고요. 주로 개인적으로 공모를 해서 작품을 발표합니다. 

라: 곧 인도네시아 작가들이 모여서 마자스(majas)라는 새로운 문예지를 발행할 거란 소식이 있어요. 지면이 다양하지 않으니 저 같은 경우엔 시 낭독회에 자주 참여해요. 그런 자리에서 신작시를 발표하죠. 아주 연극적인 시 낭송이 이루어지는 공연도 많은데, 책을 통해 시를 접하는 것보다 직접적이고 강렬해요. 개인 시집을 출판하는 것 뿐만 아니라, 뜻이 맞는 시인들이 모여 자주 시선집을 발간합니다. 2014년에는 여성작가협회에서 인도네시아 여성 시인 100인의 신작시를 모은 시선집(Antologi Puisi 100 Penyair Perempuan)을 출판했어요. 대규모 작업이었지만  아주 보람있는 일이었지요.

채: 제 아들이 고등학교 때 발리(Bali)에서 열리는 Readers & Writers 페스티벌에 간 적이 있었는데, 엄청나게 다양한 시극, 낭송 공연, 작가와 대화하며 함께 작품을 만드는 걸 보고 흥분하며 행복해하더군요. 자카르타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사실 인도네시아 문학에 대해서 너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어서, 그런 낭송회가 며칠 동안 대규모 축제처럼 해마다 열린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나요. 

타: 그건 발리(Bali)여서 가능한 일이기도 해요. 인도네시아는 엄청나게 큰 섬나라고 지역과 종족에 따라 너무나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같은 나라 안에서 완전히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 정도죠. 그런 뚜렷한 지역성(Kearifan lokal)은 인도네시아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 예술적 가치를 가졌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고, 앞으로 인도네시아 문학이 발전해서 세계로 나아가는데 큰 강점이 될 겁니다.

라: 하지만 다른 문화 예술 분야에 비해 문학이 가장 발전이 더디고 늦은 편입니다. 아직 독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낮고 교육 수준이 떨어지는 탓이기도 합니다. 시집을 읽는 것보다 시 낭독회를 보는 사람이 더 흔할 정도예요. 부끄럽지만, 인도네시아 현대문학은 이제 겨우 태동기를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문학의 주제도 다양해지고 작가들의 활동 영역도 넓어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한국 문예지에 많은 시가 소개되고 소설이 출판되었잖아요.  

채: 여러분은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 작가로 살아가고 있고 또 본인들도 무슬림입니다. 종교가 여러분의 문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 질문을 드리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해요. 굳이 종교와 성별을 따져가며 문학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싶거든요.

디: 아니요, 좋은 질문이예요. 제 문학에서 종교는 특별한 역할을 합니다. 제가 창조주와 같은 특별한 존재라는 걸 일깨워 주고, 하나의 질서로 제 삶에 작용합니다. 망운위자야(YB. Mangunwijaya) 작가의 ‘문학과 종교(Sastra dan Religiositas)’라는 책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지요. 종교는 강하고 독단적으로 느껴지지만 사실은 가장 유연하고 구체적으로 삶의 방법들을 알려 줍니다. 문학은 그곳을 향해 가는 다리와도 같습니다. 

라: 이슬람 종교로 인해 때로 제 글이 제약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경전에 있는 기본적 신념을 훼손시키지 않고 어떠한 오해도 불러 일으키지 않는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이슬람의 가르침은 제 일상과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죠. 최근 들어 시와 단편소설에 인도네시아 사회 문제에 대한 저의 고민을 많이 다루지만, 언제나 제 종교가 가리키는 올바른 방향을 향해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타: 제가 여성인 것도, 무슬림인 것도 당연히 자랑스럽습니다. 종교 때문에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데 제한을 받지는 않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지역 사회로 구성되어 있고 그만큼 각자의 차이점을 존중하니까요. 오히려 종교는 제 모든 글의 가장 강력한 토대입니다. 이슬람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모두를 위한 이로움(Rahmatan Lil Alamin)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줍니다. 수평과 수직이 조화를 이룬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 자연, 사회적 관계, 신을 향한 사랑에 대해 글을 쓰도록 만들지요.

채: 물론 보편적인 사회 문제이긴 하지만,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문학 활동을 하는데 차별이나 제약을 받지는 않나요?

라: 우리 사회가 아직 여자는 문학이나 지성적인 일을 하는데 맞지 않다는 고정관념이 강한 것은 분명합니다. 대부분(남자들) 여자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특별히   반대 의사를 나타내지는 않지만, 가정에서의 역할과 의미를 주장하며 여성을 완곡하게 배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저는 양계장에서 닭을 사고파는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데, 오히려 그 일에서는 남자들의 인정을 받지요. (웃음)

디: 저 역시 저는 바소(*Baso: 국수에 넣어먹는 완자- 역)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글을 씁니다. 쉽지는 않아요. 어떤 매체에서 여성의 관점에서 쓴 제 글의 주제 때문에 배척을 받았던 아픈 기억도 있어요. 그렇지만 흔들리지 않는 고유한 작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저의 여정을 멈추지 않았어요. 사실 저는 마음의 소리를 바로 듣지 못했습니다. 삶의 권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모든 일을 평소처럼 다룰 수 없게 되었지요. 휘몰아치고 있는 생각들을 해소하고 싶은 감정에 불타올랐습니다. 머리 속에서 복잡한 저의 생각과 보편적인 세상의 사고, 그리고 상상의 세계가 뒤범벅되어 있었지만, 그것들이 균형을 이루도록 만드는 관조의 공간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것을 응시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채: 세 분 모두 인도네시아 여성작가협회에 소속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라: 인도네시아 여성작가협회(KPPI)는 2012년 12월 22일 타식말라야 치파성에서 설립됐습니다. 제가 이 협회를 만든 장본인인데, 여성 작가들이 계속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작품을 서로 평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반둥과 자카르타를 비롯해 여러 도시에 회원들이 있는데, 작품을 발표한지 얼마 안된 신인 작가와 이미 경험이 많은 작가들이 함께 어울려 글쓰기 훈련과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성 작가들이 지역 사회에 자신의 문학을 알릴 수 있도록 지지하고 더 나아가 좋은 작품을 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타: 여성들은 강인하고 현명합니다. 우리는 동시에 신이 주신 여성으로서의 운명도 사랑합니다. 우리가 함께 나아간다면 거대한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수준 높은 문학 작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시민들의 의식을 향상시키는데도 힘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여성작가협회 주도로 지역마다 독서 클럽을 운영하는 일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우리는 그런 일들을 꾸준히 해 나갈 거예요.

채: 고맙습니다. 의욕 넘치는 여러분들을 만나서 너무 기뻐요. 많이 웃는 자리여서 더 좋았고요.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대표작을 한 편씩 소개하면서 인터뷰를 끝맺을까요?

디: 저는 독백을 좋아합니다. 정적이고 신성한 자아를 품은 인간의 근본에 대한 질문이 제가 다루는 주제입니다. 그 주제에 부합하는 ‘마양 목걸이(Selendang Mayang)’를 대표작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Mayang: 종려나무 꽃, Selendang: 어깨나 목에 걸치는 스카프 형식-역)

타: 아직 최고의 작품을 쓰지는 못했지만, ‘운명의 게임(Permainan Nasib)’이라는 단편 소설을 들고 싶어요. 

라: 시는 ‘치렝가니스의 눈물(Derai Ciregganis)’을, 그리고 단편 소설은 ‘찻잎의 노래(Nyanyian Daun Teh)’를 들게요. 소설은 서부 자바 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성년자 결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인데, 가룻의 대학교에서 학습 자료로 사용되고 있어요. 

채: 제가 먼저 여러분의 글을 열심히 읽는 애독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문학이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만나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끝)


인터뷰 및 정리: 채인숙, 노정주

-인터뷰는 지난 8~9월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의 주도인 반둥의 한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채인숙이 작가들을 직접 만났고, 노정주가 서면 인터뷰를 번역하였다.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여 채인숙이 최종 정리하였고, 계간 ASIA 2018 겨울호에 게재되었다. 

채인숙(Chae In Sook) :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다.  인도네시아 문화예술에 관한 글을 연재하며 시를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문창작클럽에서 활동한다. 

노정주(Roh Jung Ju) :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네시아어 과를 졸업하고 현재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 국문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계간 ASIA 2018 겨울호 게재



아시아문학1.jpg▲ 계간 아시아 겨울호에 실린 본 인터뷰 글 [사진: 채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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