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영선(15)] 신남방정책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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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15)] 신남방정책 단상

기사입력 2019.02.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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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15)] 신남방정책 단상

신남방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전격 사퇴했다. 그 의도나 배경이 어찌 됐든 “동남아시아로 가라”고 한 발언이 화근이 됐다. 신남방정책의 파트너인 동남아 국가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우리의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아세안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야심차게 추진돼 왔다. 문 대통령은 적극적인 정상외교를 통해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천명하고, 취임 후 1년 반 사이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및 인도를 순방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두 차례나 방문했다. 올해엔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해 협력을 더욱 다질 계획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 중 성과가 가장 두드러지고 전망이 밝은 것은 신남방정책이다. 특히 아세안과의 관계가 그렇다. 지난해 한·아세안 교역은 글로벌 경제의 정체 속에서도 1600억달러를 기록했다. 총 700억달러의 무역흑자 중 406억달러를 아세안과의 교역에서 거둬들였다. 건설수주액은 119억달러로 처음으로 중동을 뛰어넘어 1위로 부상했다. 대(對)아세안 투자도 대중국 투자를 능가하고 있다. 인적 교류도 지난해 10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올해는 신남방정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세안과의 공식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연말 한국에서 개최하고, 그 기회에 한·메콩 정상회의도 처음 열리기 때문이다. 아세안과의 특별정상회의는 2009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인데, 아세안이 특별정상회의를 세 차례나 여는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신남방정책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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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에 기대 큰 아세안

우선, 아세안 국가들이 우리의 정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과거 아세안 측 인사들은 한국이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거래적인 것 같다는 지적을 하곤 했다.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이 독립적인 외교과제가 되지 못해 북한 문제나 강대국 관계 문제가 불거지면 아세안 관계는 뒷전으로 밀려나곤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잘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를 실현한다는 신남방정책의 비전과 지향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보면, 우리가 여전히 단기적인 이익이나 가시적인 성과만 좇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교역·투자액이 얼마이고, 인적 교류가 몇 명이라는 양적 확대가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질적 고도화가 핵심이 돼야 한다. 매년 엄청난 규모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지속적인 협력 관계에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은 1977년 ‘후쿠다 독트린’을 발표하며 ‘마음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진정한 친구가 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본의 경제이익 추구에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반일 감정에 대응하려는 측면이 있다.

요즘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어렵다. 신성장 동력도 찾아야 하고 새로운 시장도 개척해야 한다. 아세안은 우리에게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우리도 힘든데 상대의 산업력 강화, 공적개발원조(ODA) 증대까지 배려해야 하느냐고 한다면 이는 너무도 근시안적인 태도다. 호혜적 파트너십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산업협력·인적 연대 강화해야

우리가 대아세안 정책에서 중국, 일본 등 강대국과 물량으로 경쟁하는 것은 어렵다. 아세안 국가들은 이들 국가의 영향력 증대에 일말의 경계심이 있다. 그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 아세안 국가들이 한국과 어떤 협력을 기대하는지,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지 살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한국과 아세안은 같은 중견국이란 입장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간 대화뿐 아니라 ‘현인회의’ 등 1.5 트랙 또는 2.0 트랙 대화를 통해 미래 비전과 추진 방향을 다듬어야 한다.

둘째, 우리의 발전 전략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전략적인 산업 협력과 인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과 미얀마개발연구원(MDI)이 좋은 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협력도 긴요하다. 그것이 식민통치와 전쟁, 빈곤을 극복하고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한 한국에 아세안이 가장 기대하는 바가 아닐까.

셋째,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에서 열리는 것도 좋은 기회다.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이끌어내는 데 아세안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하는 메커니즘을 강화할 수 있다.

신남방정책은 정부의 흔들림 없는 입장과 착실한 실행, 국민적인 이해와 지지, 아세안과의 공조 속에서만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연말 한국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한·아세안 관계에 의미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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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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