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2019 인도네시아 대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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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2019 인도네시아 대선 전망

기사입력 2019.03.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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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0190101_175602.jpg▲ 2019 인도네시아 대선 TV토론 포스터.
 
가짜뉴스·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운동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인도네시아 차기 대선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난타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4월 17일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열린 제2차 TV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서로를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기 싸움을 이어가 앞으로 남은 3차례 TV토론회는 물론 두 후보 지지자 간 선거운동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자카르타 시내 술탄 호텔에서 조꼬 위도도(일명 조꼬위) 대통령과 쁘라보워 수비안또 그린드라당 총재의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이 진행됐다. 에너지, 식량, 사회기반시설, 천연자원, 환경 등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조꼬위 대통령과 쁘라보워 총재가 1대1로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꼬위 대통령은 쁘라보워 총재가 동부깔리만딴 주에 22만 헥타르와 아쩨 주에 12만 헥타르 등 서울시 면적의 5배가 넘는 대규모 토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국유지를 비합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쁘라보워 총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외국인이 토지를 운영하는 것보다 인도네시아 사람이 운영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라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 쁘라보워 총재의 답변 후 중간 광고가 나가는 동안, 카메라가 꺼진 토론장에서는 두 후보 지지자들이 언성을 높여 싸우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슈가 된 토지 중 일부는 2004년 당시 유숩 깔라 부통령이 허가를 내주었으며, 깔라 부통령도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외국인에게 운영권을 넘겨주는 것 보다 내국인이 운영하는 게 더 낫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수하르또 전 대통령의 사위인 쁘라보워 총재의 엄청난 부동산 자산이 드러나면서 수하르또 집권기를 일컫는 신질서시대(Orde Baru)의 잔재와 적은 수의 정치 엘리트들이 국가의 권력과 부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과두정치가 유지되고 있음이 폭로돼, 서민층의 표심을 얻으려던 쁘라보워 진영은 치명타를 입었다.            

또 조꼬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유니콘'을 성장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기반시설을 마련할 것이냐"고 물었다.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질문한 것이었다. 그러나 쁘라보워 총재는 갑자기 등장한 '유니콘'이라는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 듯 "유니콘이 뭐냐? 그 온라인의 것들을 말하는 거냐"며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꼬위 대통령 지지자들은 쁘라보워 총재가 기본 시사상식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신속히 이슈화했다.

쁘라보워 총재는 조꼬위 정부의 비효율에 초점을 맞춰 공격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인프라 사업이 충분한 타당성 조사 없이 사업을 추진한 탓에 비효율과 낭비가 심각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조꼬위 대통령은 2014년 취임 이래 19만1천㎞에 달하는 오지마을 도로와 고속도로, 공항, 항만을 건설해 취약한 기반시설을 확충한 것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워 선방하는 등 두 번째 토론에서는 다소 우세한 분위기를 보였다.  

제2차 TV대선토론 이후, 양 진영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 졌다. 수하르또 군부독재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이 발발한 1998년 5월 당시 쁘라보워 육군전략사령부(Kostrad) 사령관의 참모였던 끼쁠란 제인 예비역 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란또 당시 통합군사령관이 5월 사태의 주모자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위란또 현 정치법률인권조정장관은 언론과의 회견에서 “합동진상조사팀(TGPF)이 이미 조사를 끝냈다”며, 쁘라보워 총재가 5월 소요사태의 배후임을 시사했다. 5월 소요사태와 관련 이슈는 지난 2014년 대선에서 조꼬위와 쁘라보워가 격돌할 때도 드러난 해묵은 논쟁거리지만, 쁘라보워는 당시 대선 직전에 치명타를 입고 근소한 표차로 패배한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횡횡하고 있다. 조꼬위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6천만명의 회원들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단체인 나들라뚤울라마(NU) 총회에서 “오는 4월 17일 대선과 총선이 열린다”며 NU 회원들에게 가짜뉴스와 싸워줄 것으로 당부했다. 조꼬위 대통령에 따르면, 오는 4월 대선에서 조꼬위 대통령을 찍으면, 이슬람사원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이 중단되고 동성간 결혼이 허용될 것이라는 흑색선거운동을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NU는 먼저 조꼬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반면, 인도네시아 2위 이슬람단체인 무함마디야는 최근 정치적 중립을 선언함으로써 조꼬위를 지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조꼬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월 2일 동부자바 주 수라바야에서 대중연설을 통해 흑색선전을 비판했다. 그는 "끊임없이 중상과 죄악, 헛소문을 뿌려대는 러시아식 선전전을 준비해 온 선거운동팀이 있다"고 말했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명백히 유일한 상대 후보인 쁘라보워 총재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프레미움을 살리고 있는 조꼬위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오는 3월에 인도네시아 최초의 지하철인 자카르타 도시철도(MRT)와 자카르타 경전철(LRT) 등을 개통함으로써 인프라 개발의 치적과 서민행보를 이어가고, 그의 러닝메이트인 마룹 아민은 이슬람 집회를 통해 무슬림 표밭을 일구고 있다. 추격을 벌이고 있는 쁘라보워 총재는 현 정부의 만족스럽지 못한 경제성장율과 진전을 보이지 못한 부패척결 등 약점을 공략하고 있으며, 그의 러닝메이트인 산디아가 우노는 젊고 성공한 사업가라는 신선한 이미지를 내세워 젊은 층과 여성표심을 잡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조꼬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진행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쁘라보워 총재보다 9.2∼20.1%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아직까지는 상당한 격차를 벌이며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2억 명에 육박하는 유권자들은 앞으로 남은 3차례 TV토론을 주목할 것이다. 두 진영은 정책 대결이 아니라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강도 높은 난타전이 예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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