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에세이]비워주는 마음/이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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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비워주는 마음/이동균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9.03.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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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주는 마음

글: 이동균

현대는 여러 첨단 의학기기의 발달과 의사들의 끈질긴 노력, 신약의 발명으로 인간의 수명은 점점 지속적으로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전에는 치료하기가 어려웠던 병들이 의학의 발달로 인하여 완치 되거나 최소 수 년 동안이라도 생명을 연장해 주기도 한다. 요즈음은 악성 종양 즉, 암과 같은 질병을 CT, MRI, PET등의 정밀 기기를 이용하여 쉽게 병을 진단하여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의 수명을 연장해 주고 있다.

그래서 과거 수십 년 전에는 60세 정도가 되면 노인으로 취급해서 특별한 예우를 하여 주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80세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노인이라고 대우해 준다. 대개는 직장 생활이든 자기 사업을 했든 사람이든 대략 60~ 70세 정도에 현직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한다고 해도 아직도 인생의 1/3 정도라는 긴 여정이 남아 있다. 가족과 나 자신을 부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주어졌던 일, 늘 고단하고 바쁜 사회생활에서 얽매였던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남은 인생을 정리하고 자기자신을 위해서 살아가는 “제2 인생의 시작” 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은 시간을 건강하고 안락하게 보내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기 좋고 물이 깨끗한 곳에서 전원생활 하는 것을 원한다. 그것은 사람이 오래 살려면 상식적으로도 사람의 몸은 70% 이상이 물로 구성되어 있어서 사람이 호흡할 때나 물을 마실 때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섭취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런 전원적인 환경을 누구나 한 두 번쯤은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좀 이른 나이에 한 동안은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해 보았다. 좀 더 사실적으로 말하면,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으니 푸른 초원의 필드에서 양치기 소년과 같이 마음껏 골프도 하고 가까운 산에 등산도 하고 가끔씩은 동네 가장자리 호수에서 낚시도 하며 짜릿한 손맛도 즐기고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어 보고 그리고 싶던 그림도 그려보고 전에 문득문득 생각했던 내용의 글도 써 보고 흥겨운 유행가 노래도 반주 없이 마음껏 불러보고.. 이런 것들을 상상하고 그리워했다.

인작.jpg▲ 사진=manzizak
 
그러던 어느 날, 조금 일찍 은퇴한 분이 살고 있는 아담한 산줄기 속에 있는 그의 집에 며칠간 머물면서 여러 가지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의 빨간 사각 슁글 지붕의 아담한 이층집 앞에는 맑고 큰 저수지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고 집 뒤에는 병풍과 같이 산들이 둘러 쳐져 있으며 오른쪽 옆에는 밭과 논으로 되어 있어 가슴이 탁 트이면서도 아늑해 보였다. 특히, 이른 아침이 밝아 오면 저수지 위의 물안개가 집을 휘감아 돌아서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리고 눈을 뜨면 파란 하늘과 해맑은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화단에 있는 나무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여러 다양한 모양, 색깔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 또 그 집안에는 적당한 크기의 텃밭이 있어서 여러 종류의 채소들이 파란 싹을 틔우고 있었다. 그 중에도 채소밭의 골치거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잡초였다. 그 잡초를 제초제를 사용하면 간단하게 제거할 수는 있었지만 그는 그것은 사용하지 않았다. 제초제를 사용하면 토양이 황량하고 헐벗은 모습으로 변하기 때문에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는 잡초를 손으로 일일이 제거하는 방법을 택했다. 아무리 뽑고 뽑아도 잡초는 끊임없이 올라오고 또 올라왔다.

가끔 잡초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즐겨 먹는 것들도 자라고 있었는데 이름하여 냉이, 민들레, 씀바귀, 쑥, 익모초 등, 그 외에 여러 가지의 먹거리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잡초들은 어느 정도 일정한 룰이 있었다.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일부는 스스로 자리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잡초들은 인간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풀로 병균과 벌레의 서식처가 되고 작물의 성장에 지장을 주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면 그들만의 공간만을 확보해서 서로 간에 뒤엉키지 않게 협조하며 살아간다. 사람들과 달리 결코 자기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려 하지 않는다. 사람의 욕심은 바닷물로도 채울 수 없고 욕심은 클수록 채우기 힘들고 부족함만 더 커지게 된다. 즉, 잡초는 어느 시기가 되면 열매를 맺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여 후대의 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비워주는 마음을 실천한다.

비워주는 마음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워주는 마음에는 기본적으로 자기 희생이라는 것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요즘같이 험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살다 보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본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꽉 차게 되어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 싶어하고 더 좋은 환경을 추구하려는 욕심 때문에 조금한 자기 희생조차도 매우 꺼려하고 아까워한다.

하나를 남에게 주면 나는 남에게 서 너 개를 얻어야만 만족하는 마음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즉, 자연은 언제나 한결같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 묵묵히 자기 희생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변함이 없는데 사람만은 머리를 굴리며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어쩌면 사람이 살면서 자기 중심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목표로 사는 것은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갖고 싶은 그러한 값진 이익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정해진 인생 세월 안에서 한정된 삶인 것이다. 죽고 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제일 먼저 후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내가 살아 생전에 가지고 있는 것을 나보다 없고 그것을 꼭 필요로 했던 사람에게 도움을 줄 것을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이 순간에도 하늘에서 먹구름이 드리우며 폭포같이 비가 내린다. 땅에 있는 모든 것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비가 내리면 비는 자기가 생명을 다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나도 지금까지 살았던 인생의 여정에서 얼마나 마음을 비우고 살았었나를 생각해 보았다. 어떨 때 많은 욕심 때문에 답답한 마음으로 캄캄한 밤을 하얗게 보낸 적도 있고 뜨거운 눈물과 후회로 나 자신을 가혹하게 반성해 본 적도 있었다. 그래도 가끔씩은 주어진 사명에 따라 나 자신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조그마한 봉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앞으로의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면서 더 많은 경험과 미래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시간에 매진하고 주어진 삶이 남아있는 동안 나 자신을 먼저 비우는 마음으로 미래의 세대를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


인문창작클럽(INJAK)
인문창작클럽 (인작)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인으로 구성되었으며, 개개인의 다름과 차이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재인도네시아 한인사회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임입니다.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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