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시] 해변의 모스크/ 채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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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변의 모스크/ 채인숙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9.05.0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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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모스크

시: 채인숙

느린 파도의 굴곡처럼 
구부러진 등뼈를 가진 
여자들이 
발목을 드러낸 채 
해변으로 들었다 

아무도 울지 않는 
장례를 끝내고 
옛날 예배당의 
오르간 소리 같은 
꾸란을 외우고 있었다 

밀려오고 스러지는 것은  
파도의 일이 아니라  
바람의 일
예, 하지도
아니오, 하지도 
못하고
당신을 놓는 일

모스크의 둥근 지붕 같은 
하얀 히잡을 쓰고  
표정을 잃은 여자들이 
바다를 향해 섰다

인도양의 저녁 해가 
은빛 가루를 뿌리며 
오늘의 기도문을 
써 내려갔다

                                   (문학의 오늘 2018가을)


해변의 모스크_채인숙.jpg▲ (사진=채인숙)
 

시작노트: 라마단 금식월이 시작되었다. 해가 비추는 시간 동안 금식하며 신이 주신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겠다는 그들의 기도가 어떤 것인지 나는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인간이 가진 가장 갸륵하고 성스러운 마음은 종교에서 나오지만, 인간이 가진 가장 욕되고 천한 마음도 종교를 통과하며 실현되는 걸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맹그로브 해변에서 히잡을 두른 채 천천히 모래를 밟던 늙은 여인들의 뒷모습을 보며 ‘기도’가 있어서 인간은 겨우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 있다. 내게는 그 여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이었다.       


인문창작클럽(INJAK)
인문창작클럽 (인작: 회장 이강현)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인으로 구성되었으며, 개개인의 다름과 차이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재인도네시아 한인사회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임입니다.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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