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 인도네시아 건축설계사무소 풍경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칼럼] 인도네시아 건축설계사무소 풍경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9.05.29 13:5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글: 김의용 (PT. MAP A&E INDONESIA 법인장, UNIVERSITAS GUNADARMA 교수)

마치 격언처럼 건축가들 사이에 회자되는 말이 있다. 바로 "좋은 건축의 반은 건축주(Client)가 만든다."는 말이다. 어떤 건축가이던 건축주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며,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다. 일반적으로 건축가는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하여, 건축주가 필요로 하는 공간과 기능을 구현 가능한 물리적 이미지와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러한 상상과 요구사항들이 현실로 구체화되어가는 과정에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설계부터 관공서 허가, 착공에서 완공까지, 너무도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건축주의 요구에 적합한 방법을 물색해내고 현장에 맞게 변용하는 것 또한 건축가의 일이 되며, 이런 의미에서 건축가는 분화되어있는 건설과정의 수많은 직능들을 통합하여 조정하는 기획자이자 지휘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건축가는  건축의 사회적 역할과 역사적 의미 등과 같은 것을 가미하는 예술적 기질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건축은 공학과 인문학이 결합된 독특한 학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건축학은 별도의 학문으로 분류되어 독립된 건축대학으로 교육되고 있으며, 건축가의 인정도 국가가 보증하는 자격증 제도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국제적으로도 건축가는 정부가 규정한 일정한 시험을 통과하거나 자격을 갖추어야만 업무를 볼 수 있다. 특히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정규 국립 건축대학을 졸업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건축사 시험에 응시할 기회조차도 주지 않는 엄격한 자격증 제도를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이 자유로운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건축가가 되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녹녹하지 않다.

인도네시아 설계사무소와 건축가의 업무도 다른 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한국과 크게 다른 것은 인허가 업무를 건축가가 직접 수행하지 않고, 인허가 업체에서 별도로 수행한다는 것이다. 건축가 입장에서는 행복한 업무분장이다. 아마도 네덜란드에 의해 지배된 기나긴 식민 과정에서 이식된 유럽식 모델일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자주 하는 오해가 인도네시아에서 건축설계는 불필요한 과정중의 하나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계와 허가가 분리된 것이지, 인도네시아에서도 건축설계는 중요한 전문 분야 중의 하나이며, 국가에 의해서 자격증이 발급되고 관리되는 업종이다. 

인도네시아에 입국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이곳 건축계 상황이 궁금해 우연히 알게된 건축시공회사의 관계자에게 건축설계업무에 대한 문의를 하였지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현지에서는 건축설계가 필요없다는 대답이었다. 더 걸작인 것은 덧붙이는 해설이었다. 

현지에서는 그냥 도면 몇장 그려서 약간의 수고비를 주면 허가가 나고, 건축법도 크게 없으니 대강 지으면 된다는 대답이었다. 정말로 어이가 없는 상황설명이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도네시아의 건축가는 허가대행 이외에는 할일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허가대행하는 업체의 업무를 건축가의 업무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건축설계사무실_김의용.JPG▲ 인도네시아 대형 건축사무소 중 하나인 PT.AIRMAS ASRI사무실 전경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사무실 중의 하나이다.
 
인도네시아의 건축설계업종도 규모와 종류로만 보자면 한국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직원 100명이상의 대형 설계사무소와 개인 아뜰리에식의 소형사무실로 이분할 수 있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인도네시아도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무장한 예술가적 건축가들도 있다. 전세계 어디에나 있는 건축계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건축가들은 대형 설계사무실을 운영하는 건축가와 아뜰리에 형식의 개인 건축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직원 100명이상되는 대형 사무실들도 여럿이 있어서 비록 매출규모 기준이기는 하더라도 BCA은행에서 매년 Indonesia TOP 10을 발표할 정도다. 허나, 매출이 크다고 꼭 좋은 건축을 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  

현지 대형 사무실은 선진국에서 설계한 인도네시아 프로젝트의 현지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 중 몇몇은 이미 독자적으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로컬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소규모 아뜰리에 사무실의 경우 지역적 특성을 가미한 특징적인 작품을 하거나 작품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노력하는 건축가들에 의해 운영된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개성있는(identity) 미학적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만의 철학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여 건축의 질적 측면을 향상시키는데 부단한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사진2. Irianto Purnomo Hadi.jpg▲ 건축가 이리얀또(Irianto Purnomo Hadi)는 매우 역사적인 인물로, 인도네시아 건축계가 민주화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건축가이기도 하다. 현재 개인 아뜰리에를 운영하면서 독특한 자신만의 건축작품을 실현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한가지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시공 수준이 설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물론 건축가는 시공의 기술적 상황까지 감안하여 설계에 임해야 하지만, 건축가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연출한 공간 구축에 시공기술력이 따라와주지 못하면서 간극이 발생하곤 한다. 물론 이런 상황이 어떤 경우에는 원래 의도보다 예기치않게 더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건물1_김의용.JPG▲ 건축가 안드라 마틴(Andra Martin)은 아마도 인도네시아 최고의 건축가 중 한명일 것이다. 미니멀리즘 건축을 추구하면서도 인도네시아의 지역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구현하는 건축가이다.
 

몇몇 건축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은 항상 시공기술의 불완전성에 집중되어있다. 바로 이 지점이 한국 건설기업에게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블루 오션이 될 수도 있다. 대형 국책사업이야 자본력과 기술력 모두가 겸비되어야 가능한 것이지만, 일반 건설시장에서 특히,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형 건설시장에서 시공기술력은 현지 건축가들이 애타게 찾고있는 상황이다. 이 틈새를 섬세하고 정교한 기술력으로 무장하여 접근하면 충분히 건축과 시공의 행복한 결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여기에 인도네시아 건설시장의 미래 잠재력 또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