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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나무, 브링인(Berin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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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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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공 경 한인니문화연구원 원장  

만물이 그러하겠으나 인간도 몸과 마음이 자연에 깃들어 살았다. 본래는 자연이었기 때문일까.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찾고 태양과 달과 나무에게서 생동하는 힘을 느끼고 생의 의미를 발견했다. 그리고 죽으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래서일까. 큰 나무 앞에 서면 나무의  기운이 느껴진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마을 한 가운데나 도로 옆에 둥글게 잘 다듬어진 큰 나무를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어로는 브링인(Beringin) 나무이며 무성한 잎으로 큰 그늘을 만들며, 거대한 뿌리와 줄기와 함께 수많은 공기뿌리가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야생에서 자란 브링인은 공기뿌리가 굵어서 타잔이 타고 다녔던 밧줄같이 보이기도 한다.

‘참 멋지구나. 이국적이구나. 신령스럽구나’ 감탄을 하면서 눈여겨봤는데 한국에서 내가 키우던 벤자민 고무나무와 같은 종인 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공기정화용으로 좋다고 하여 주로 실내에서 키우고 겨울이 되면 비싸고 귀한 나무가 죽을까봐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며 반짝반짝 윤택이 나던 잎을 닦아주며 정성을 쏟았던 관엽식물이기 때문이다. 

자바 소도시에는 보통 약 100평방미터의 광장(alun-alun)이 있는데, 그 중앙에 심는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브링인 나무를 주변지역을 지키는 신성한 나무라고 믿는다.  

족자 브링인_축소.JPG▲ 족자카르타의 브링인 나무 [사진=사공 경]
 

브링인(Beringin) 나무는?

인도네시아어로 Waringin이라고도 하며, 학명은 Ficus benjamina로 장미목 뽕나무과(Moraceae, Pohon Ara) 무화과나무속(Ficus)이다. 

아시다시피 생물은 종(species) -속(genus) -과(family) -목(order) -강(class) -문(pylum,division) -계(kingdom)로 나누어진다. 속(Genus)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의 이름을 말한다. 종(Species)은 주로 같은 속의 생물을 특정 기준에 따라 분류하여 붙이는 학명이다. 그래서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딴다. 종과 속은 이태리 체로 쓴다.

벤자민 고무나무는 한국에서는 최대 높이 4~5미터 정도 자라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20미터 이상 자라며 원산지 인도에서는 30미터(98피트)까지 자란다. 나무갓이 넓게 퍼져 그늘을 만들고, 가지는 주 가지에서 많이 갈라지고 가늘고 길며 늘어진다. 줄기와 가지에는 털이 없으며. 나무줄기에서 공기뿌리 (氣根)가 자라 늘어졌다가 땅에 닿으면 땅속으로 뻗으면서 번식하는 경우도 있다. 공기뿌리도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해 물의 흡수, 양분의 저장에 효율적이다. 또 공기뿌리는 옆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감싸서 죽이기도 한다. 

물이 충분하며 토양의 유출량이 매우 많은 열대 기후의 경우 이 나무는 쉽게 자란다. 녹색 잎은 광택이 있고 부드러우며 회백색 수피와의 대조가 산뜻하다. 타원형이며 길이는 5~12센티미터로 잎의 가장자리가 중앙 맥에 대해 평행을 이루면서 물결을 이루고 있다. 두껍고 광택이 나며 고무질이라 자르면 끈적끈적한 흰 수액이 나온다. 열매는 지름 8센티미터 정도이며 익으면 붉은 적색을 띤다. 작은 과일은 몇몇 새가 좋아하기도 한다. 무화과나무의 아주 아주 오랜 역사는 돌아보면 우리가 이 나무들을 잘 보호하면 우리의 미래는 더 풍요롭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7일 반얀과 브링인 나무 비교1.jpg
 
17일 반얀과 브링인 나무 비교2.jpg▲ < 출처 :http://www.pitchandikulam-herbarium.org >
 

인도네시아 국장 속의 브링인 나무 

1945년 6월 1일 수카르노의 연설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핵심가치이자 이념으로 자리잡은 빤짜실라는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국가체제의 근본이 되었다. 수카르노는 모든 민족·지역· 종교·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빤짜실라를 공표하고 이 이념 아래 인도네시아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였다. 

둥글게 다듬어진 브링인 나무는 인도네시아 국장 중에도 올라와 있었다. 국장 가운데 방패모양으로 묘사된 인도네시아 5대 철학 빤짜짜실라 중 하나인 브링인은 그 상징이 다양성의 통일이다. 전통을 지키기 위해 빤짜실라를 만든 것처럼 브링인 나무 아래에서 그들의 전통가치관과 생활양식이 이어져 내려왔다. 다양성 속의 통일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생활양식을 지배하는 규범이자 철학이다. 

거대한 나무는 국가 권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나무 아래로 공기뿌리도 보인다. 공기뿌리로 인해 나무는 더 굵어지고 튼튼해진다. 이처럼 인도네시아는 뿌리의 역할을 다하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희생과 노력으로 지탱되는 것을 의미한다. 넓게 퍼져 있는 뿌리는 인도네시아에 넓게 퍼져 있는 많은 섬을 상징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국장.jpg▲ 인도네시아 국장. 가운데 방패 모양 중 오른쪽 위에 그려진 나무가 브링인 나무다. [사진: 사공경]
 

브링인은 문화와 예배의 원천이 된다. 종교를 초월해 그들은 그 나무 아래서 먹고 기도하고 제물을 바치고 토론하는 공동체의 구심체 역할을 하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종족 별로 다른 문화와 전통 속에서도 통일 국가를 유지하고 있고 국민의 동질성을 유지해온 것은 바로 건국이념인 “빤짜실라 정신” 그 중에서도 브링인으로 대변되는 다양성의 속의 통일이다. 이처럼 브링인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나무이나 공식나무는 아니다. 허나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브링인을 통해서 인도네시아를 관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사회계층과 민족을 통합하는 것이 당시의 우선적 과제였음을 국장 속의 브링인을 통해 알 수 있다.

참고로 제 2대 수하르토 (Soeharto) 대통령은 정당 골카르 (Golongan Karya, Golkar)의 로고로 브링인을 사용하여 그 나무가 지니는 뿌리 깊은 신념인 신성함을 이용하였다.

그 외...

브링인(Ficus benjamina(Morac.) 나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보고르식물원 제4산책로에서 만난 신성한 나무를 들 수 있다. 수카르노 전 대통령이 1957년에 심은 거대한 뿌리와 줄기에  염원을 담은 천을 걸어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둥지 나무’가 너무 많이 기생해 얼핏 보면 브링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거대한 뿌리와 줄기를 보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음직하다. 특히 발리에서는 브링인 나무를 성스럽게 여겨 제물을 바치기도 한다. 우리나라 성황당 앞의 당산나무처럼 브링인 나무 자체가 고사의 대상인 것이다. 

족자 왕궁 부근에 있는 광장에 우직해 보이는 두 그루의 브링인이 서 있다. 광장 입구에서 눈을 가리고 브링인 나무까지 걸어가는 게임을 한 기억이 난다. 아무도 똑바로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사람이 없었다. 인생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계획은 인간이 하나 인도는 신이 한다는 것을, 기도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광장 속 브링인이 일깨워 주었다. 브링인이 있는 곳은 어디나 성역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왕궁과 가까운 곳이라 더욱 그랬다.곳곳에서 브링인 가로수를 만나지만 따만미니 민속촌에 줄지어 서 있는 브링인은 정갈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다양한 종족의 가옥과 문화를 아우르는 민속촌은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통합해주는 역할을 상징하는 브링인 나무 민속촌에 펼쳐지는 다양성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가치이다. 

2019년 5월에 개장한 서울 식물원에서 벤자민 고무나무를 만나니 반가웠다. 변종으로 잎에 황백색의 무늬가 있는 흔히 ‘Starlight ’라고 부르는 ‘Ficus benjamina L. 'Variegata' 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보통 기념식수로 많이 사용한다. 

멘뗑 지역에 있는 라라종그랑 레스토랑 앞에 있는 덜 다듬어진 브링인을 보면 자연조건에서 방치한 브링인은 나무 하나가 반얀 트리처럼 하나의 숲을 이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려다보면 구름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고 하늘도 흐른다. 흐르는 세월, 마음, 사람들. 이해인 시인의 ‘흐르는 삶만이 나를 길들인다.’ 라는 시가 생각난다. 거대하게 흐르는 자연의 이치를 알 것 같다. 

반얀트리 발리.jpg
 
벵골 보리수(Ficus benghalensis): 반얀 트리(Banyan Tree) 

브링인과 혼돈하기 쉬운 반얀 나무에 대해서도 잠깐 알아보자. 반얀나무도 보리수도 브링인과 같은 뽕나무과 무화과 속이다. 

(인도) 보리수(Ficus religiosa)는 부처가 이 나무 밑에서 고행 후 득도하여 보디(Bodhi, 菩提, 깨달음)라는 이름을 얻었다.

반얀 나무는 학명이 Ficus indica 또는 Ficus benghalensis 이며 영명은 Banyan tree(반얀나무)인데, 벵골고무나무, 벵골 보리수, banian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니그로다(Nigrodha, Nigodha)나무, 니구율수(尼拘律樹)이다.

반얀 트리는 인도가 원산지이면서 인도의 국목(國木)으로 브링인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지에서 수많은 공기뿌리가 자라나 땅 속에 박혀 다시 뿌리가 되어 자라는 속성이 있다. 브링인보다 더 번식력이 강해 수많은 공기뿌리가 이어져 한 나무가 숲처럼 보이기도 한다. 캘커타 식물원에는 한그루의 반얀 나무가 공기뿌리의 수가 4000개이며 19,918제곱미터를 차지하며 높이가 486미터라고 한다. 

특히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1년에 수차례씩 이 나무 밑에서 금식기도를 올린다. 줄기에서 흘러내린 공기뿌리는 어린이들의 그네로 이용하거나, 원숭이들이 타고 다니기도한다. 건물 틈새에서도 자라나 건물 전체를 옭아매기도 하지만 인도인들은 반얀 트리에 신령이 있어 진실한 인간은 도와준다고 믿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 둔다. 

발리에는 중앙에 코어가 있는 원주의 나무 형태로 된 반얀도 있다. 그 구멍은 동물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잎은 브링인처럼 코끼리의 사료 또는 접시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반얀 나무는 불교와도 연관이 깊다.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서 일주일을 보낸 후 반얀 나무에 이르러 7일 간 쭉 가부좌를 한 채 해탈한 기쁨을 향유하고 2주간 무차린다수와 라자야따나수에서 성인의 자질을 키우고 깨달음의 기쁨을 누리고 다시 반얀 나무 아래에서 설법을 했다고 한다.반얀 트리는 세계 유명 휴양지의 고급 리조트나 클럽의 이름으로 많이 사용된다. 발리, 빈탄, 푸껫, 몰디브, 등이다. 서울 남산에도 반얀트리 호텔이 있다. 이 나무의 독창성과 화려함, 신성성과 넓게 퍼지는 상징성과도 잘 어울린다. 

구자라트 어에서 ‘반얀’은 ‘상인’이라는 뜻이다. 이 나무 그늘에서 물건을 팔던 관습에서 반얀이라는 이름이 시작됐다. 힌두교에서는 반얀 트리의 무성한 잎이 주는 나무 그늘은 크리슈나 신의 휴식처라고 한다.

브링인 나무는 인도네시아의 문화이다. 

브링인 나무는 마을의 구심점으로 지역공동체와 연관성을 갖게 한다. 우리식으로 하면 그 지역의 정자나무가 되기도 하고 신목이 되어 지역 공동체의 문화를 향유하는 문화의 중심지이다.

브링인 나무는 하늘을 받들고 땅으로는 공기뿌리가 이어줌으로 우주의 기운을 담고 신을 지상에서 맞아서 제사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조상들의 잔영(殘影)과 얼이 스며있고 브링인 그늘 아래에서 제물을 바치고 제사를 치르고 축제가 펼쳐진다.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신화가 출렁이게 마련이다. 그늘은 나무의 그림자이다. 그림자에는 현실이나 충실함이 없지만 그림자에서 우리는 물질과 현실이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힌두 경전 <베다>에서 말하고 있다. 지상에서 하늘을 이어 주는 그들의 브링인은 경건하고, 거룩하게 우거져 있다. 

브링인 나무에는 역사가 흐른다. 공기뿌리는 긴 끈으로 이어진 그들의 역사이다. 되돌아오지 않는 역사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출렁이는 노래로 잘려나가기도 한다. 잘 잘라지는 가지처럼. 인도네시아를 밟고 지나갔던 벗겨지지 않는 어둠이지만 공기뿌리로, 새로 피어나는 열매로. 그래서 꽃이 피지 않는 무화과 나무로 바로 열매를 맺는 것일까. 피지 않고 스스로 열매 맺는 브링인이여. 인도네시아인들이여.

벤자민 고무나무의 공기뿌리 (보고르식물원).JPG▲ 보고르 식물원 벤자민 고무나무의 공기뿌리 [사진=사공 경]
 


-참고문헌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민속신앙사전: 마을신앙 편, 2009. 11. 12.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노경래: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인도네시아』
보림 지연: 『불교의 꽃 이야기』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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