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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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23

기사입력 2019.10.0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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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저녁 너의 무덤가

                                    강은교

귀뚜라미 한 마리 걸어오네
너풀거리는 두 개의 더듬이
등에 찰싹 붙어버린
두 개의 날개

붉은 저녁 너의 무덤가
달이 떴는데

미끄러지지 않는 바람 하나
몸에 두르고
미끄러지지 않는 그림자 하나
무릎에 앉혀

―이제 겨우 풀 하나를 지나갔군

타박타박
붉은 저녁 너의 무덤가

―그 풀은 너무 억세었어
―서로 싸우고 있었어
―허리를 비비대며
―글쎄, 싸우고 있었다니까

내 가슴
어둠 겹겹

붙잡고 붙잡네
놓아주지 않네

사랑의 비늘 하나!

                           『’97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시』 현대문학, 1997

식물원카페.jpg▲ 사진 김상균
 
추분(秋分)을 넘기면서 비가 잦아지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얼마 전 장인어른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우중(雨中)에도 찾아주신 친지와 조문객을 맞이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었고, 향을 꺼뜨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결국 뜬 눈으로 새벽을 맞게 되었습니다.
내가 카메라에 담았던 고인(故人)의 어느 하루가 영정 사진이 되어 놓여있는 걸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타박타박/붉은 저녁 너의 무덤가//……//내 가슴/어둠 겹겹//붙잡고 붙잡네/놓아주지 않네//사랑의 비늘 하나!”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Chopin의 Nocturne Op.9 No.2입니다. 가을밤 속으로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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