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찌아찌아족 한글 채택 10년…흐지부지 안되고 오히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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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족 한글 채택 10년…흐지부지 안되고 오히려 확산

기사입력 2019.10.0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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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1.jpg▲ 찌아찌아족 소라올리오 마을의 부기2 초등학교 수업 [바우바우시=연합뉴스]
 
바우바우시 이어 바따우가군도 교육…군수 "수업 늘려달라"
시내 고등학교는 '한국어' 교육…한인 교사 1명으로 태부족 

인도네시아 부똔섬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부족어 표기법으로 채택한 지 10년이 지났다. 

지난달 29일∼2일 연합뉴스 특파원이 직접 부똔섬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그동안 찌아찌아족 초등학생 1천여명이 찌아찌아어를 한글교재로 배웠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한글 교육이 흐지부지되기는커녕 1년 전부터 바우바우시에 이어 25㎞ 떨어진 바따우가군에서도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찌아찌아족은 우리나라의 '한글 수출' 1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이 사는 부똔섬은 인도네시아의 동남 술라웨시주에 있다.
 
부똔섬 인구 50만여명 가운데 찌아찌아족이 7만여명을 차지하며 이들은 바우바우시의 소라올리오 마을, 바따우가군, 빠사르와조군에 모여 살고 있다.
 
1만7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본래 사용 언어가 700개에 이르렀지만, 로마자로 표기하는 인도네시아어를 공용어로 지정한 뒤 소수 민족 언어가 급감하는 상황이다. 

찌아찌아족도 독자적 언어는 있지만, 표기법이 없어 고유어를 잃을 처지였다. 

찌아찌아3.jpg▲ 찌아찌아어 한글교재 개정판 [바우바우시=연합뉴스]
 
바우바우시는 지난 2009년 훈민정음학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채택하고, 소라올리오 마을의 초등학교에서 수업하도록 했다. 

찌아찌아족 학생들은 인도네시아어로 수업을 받는다. 다만, 찌아찌아어를 한글 교재로 배우는 것이다. 

가령, '안녕하세요?'를 인니어로 쓰면 'Apa kabar?'(아빠 까바르)이지만, 찌아찌아어로 쓰면 '마엠 빠에 을렐레'가 된다. 

한글 도입 첫해에는 교재 집필에 참여한 현지인 아비딘 씨가 학생들을 가르쳤고, 이듬해인 2010년 3월 파견된 정덕영(58) 씨가 유일한 한국인 교사로서 10년째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정씨는 현재 소라올리오 마을의 까르야바루초교 3학년 2개 반과 부기2 초교 3학년 1개 반·4학년 1개 반, 바따우가군의 초등학교 4학년 2개 반을 각각 가르친다. 

바따우가군의 도서관장이자 언어학자인 묵민(46)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1년 전부터 바따우가군에서도 한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라 오데 아루사니 바따우가군 군수는 지난달 30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바따우가군 인구의 80%가 찌아찌아족"이라며 "우리도 바우바우시처럼 적극적으로 찌아찌아어 한글 교육이 보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소수 반만 수업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 교사가 더 오거나 정 선생님이 가능하시다면 더 많은 학교에서 수업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묵민은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는 것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그들은 수업 시간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씨는 더 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는 찌아찌아어 한글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바우바우시 제2 고등학교 1학년∼2학년, 바따우가 고등학교 1학년∼3학년을 가르치고 있다. 

찌아찌아2.jpg▲ 찌아찌아족 소라올리오 마을의 부기2 초등학교 수업 [바우바우시=연합뉴스]
 
이들 고등학교의 학생은 찌아찌아족은 일부이고, 여러 민족이 섞여 있다. 

바우바우시 제2 고등학교 교장 라디 역시 "현재 4개 반만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10개 반, 20개 반이 배울 수 있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한국어 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기2 초등학교 학생들도, 제2 고등학교 학생들도 정씨가 교문에 들어서는 순간 달려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반겼고, 수업 시간에도 서로 발표하겠다고 손을 드는 등 참여도가 높았다. 

아울러 정씨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보육원 어린이 30여명과 제자가 운영하는 동네 공부방 어린이 20여명, 한글·한국어 보조 교사들에게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배운 학생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운 학생 또한 1천여명에 이른다. 

정씨는 "우리나라도 한글 보급 후 문맹률이 급격히 줄었다. 이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에도 부합된다"며 "학생당 일주일에 한 시간씩밖에 못 가르치지만, 현지 초등학생은 한 학년, 고등학생은 한 학기이면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교육은 노출 빈도를 얼마나 늘리냐와 연속성이 중요한데, 한국에서 혼자 교사로 나와 있다가 보니 그 점이 가장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4년 3월 지인과 동창이 주축을 이뤄 출범한 '한국찌아찌아문화교류협회'를 통해 소액기부금 후원을 받아 교육을 이어갈 뿐, 한국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도움을 받고 있지 않다. 

한국찌아찌아문화교류협회장인 김한란 성신여대 교수는 "현지 한글 선생님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 1단계 계획이고, 2단계 계획은 찌아찌아족의 전래동화와 노래 등을 수집해 한글로 된 책을 만들어 그들의 문화를 계승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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