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르포] 찌아찌아 마을 직접 와보니…족장 "표현의 기쁨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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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찌아찌아 마을 직접 와보니…족장 "표현의 기쁨 누려"

기사입력 2019.10.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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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1.jpg▲ 소라올리오 마을 찌아찌아족 족장과 한글교사 정덕영 씨 [바우바우시=연합뉴스]
 
한글 거리 '깜풍 코리아' 자체적으로 조성…관광 명소로 인기
한국 사람 보면 무조건 "안녕하세요"…배우겠다는 열의 가득 

'찌아찌아족은 왜 한글을 배울까?,'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글 교육을 허용할까?,' '찌아찌아 마을에 가면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되나?'

연합뉴스 특파원으로서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인도네시아 동남 술라웨시주 부똔섬을 방문, 찌아찌아 마을을 돌아보고 부족장, 학교장, 군수 등을 인터뷰한 결과 여러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먼저 자카르타에서 남부술라웨시주의 주도인 마까사르까지 2시간30분 비행 후 윙스에어 프로펠러기로 1시간 15분을 날아가 부똔섬 바우바우시에 도착했다.

제트기가 아닌 프로펠러기의 이·착륙이 거칠게 느껴졌으나, 그보다 더 특이점은 비행기 안 승객들이 인도네시아어가 아닌 생전 처음 듣는 언어로 대화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1만7천여개 섬, 300여개 민족으로 이뤄졌다. 이들 언어도 700개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동쪽 끝 섬에서 서쪽 끝 섬의 거리가 서울∼자카르타 거리와 비슷하고, 3개 시간대가 존재할 정도로 거대한 나라이다 보니 언어 역시 다양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인도네시아어를 공용어로 정하고, 모바일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소수민족 언어가 급감했다.

찌아찌아2.jpg▲ 부기2초교 학생에게 찌아찌아어 한글로 가르치는 정덕영 씨 [바우바우시=연합뉴스]
 
언어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12개 언어는 멸종, 28개 언어는 거의 멸종, 98개 언어는 위협받는 것으로 분류됐다.

가령, 동(東) 세람섬에서 쓰던 호티(Hoti)어는 1987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10명이 남아있었으나 2007년에는 아무도 없어 멸종됐다.

부똔섬에 사는 찌아찌아족은 7만여명인데, 표기법이 없어 점점 찌아찌아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줄자 2009년 한글로 부족어를 표기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훈민정음학회가 먼저 찌아찌아어 한글교재를 만들어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바우바우시의 소라올리오 마을 찌아찌아족 라네아니(77) 족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찌아찌아 말로 "우리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통해 찌아찌아 말을 표현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강조했다. 

찌아찌아족은 당연히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며, '한글'로 찌아찌아 고유언어를 쓰는 것이지 '한국어'를 구사하는 게 아니다.

다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등 간단한 한국어는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익힌다.

찌아찌아3.jpg▲ 찌아찌아족이 모여 사는 소라올리오 마을의 정류장 [바우바우시=연합뉴스]
 
지난 1일 소라올리오 마을 부기2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찌아찌아어' 수업에 들어가 보니, 이러한 점이 명확하게 확인됐다.

인도네시아는 8월부터 학년이 시작되기에 학생들은 찌아찌아어 한글교재로 배운지 한 달여밖에 안 된 상태였다.

10년째 찌아찌아어 한글 교육을 맡아온 교사 정덕영(58) 씨는 칠판에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를 적은 뒤 인도네시아로 '사뚜 두아 띠가'(하나 둘 셋)라며 글자 쓰는 순서를 가르쳤다. 수업 자체는 인도네시아어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큰 소리로 한글 모음을 따라 읽은 뒤 공책에 여러 번 적고 검사를 받았다.

정씨는 "찌아찌아어는 표현이 어려운 발음은 한국에서는 사라진 비읍 순경음(ㅸ)을 넣어서 표현이 가능하다"며 "초등학생은 일 년이면 읽고 쓴다"고 말했다.

바우바우시 시내의 도로 표지판과 간판에는 인도네시아어 로마자와 함께 아랍어가 주로 쓰여있다.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87%가 이슬람 신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라올리오 마을에는 찌아찌아족이 많아서 아랍어 대신 한글로 쓰여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한글을 배운 학생이 1천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이 자체적으로 한글 벽화로 꾸민 '깜풍 코리아'(한국마을) 거리를 조성했다.

이 거리는 인도네시아 현지 방송에 수차례 보도되면서 사진을 찍기 위한 관광 명소로 떠올랐고, 경복궁처럼 한복을 대여해주는 업소도 생겼다.

한복 대여업소를 운영하는 무하마드 라싯은 "대여료는 2만 루피아(1천700원)인데, 주말에는 하루 40∼50명이 한복을 빌려 입는다"고 말했다. 

한복을 빌려 입은 하슬란, 이프아 부부는 "동남술라웨시 주도인 끈다리에 사는데, TV에서 한국 마을 거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방문했다"며 "한국에 가보고 싶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서 한국에 온 듯한 기분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공용어와 지역 고유어 모두 표기를 로마자로 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한글 교육은 지난 10년간 계속됐고 중앙 정부 차원에서 간섭이 없다. 
찌아찌아4.jpg▲ 한국 마을 거리에 관광 와서 한복 대여한 하슬란-이프아 부부 [바우바우시=연합뉴스]
 
바우바우시는 처음부터 찌아찌아어 한글 교육뿐만 아니라 고등학생 대상 한국어 수업을 요청했고, 최근에는 바따우가군까지 한글·한국어 수업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열의가 대단하다. 

그래서 현재까지 한글로 찌아찌아어를 배운 학생과 한국어 수업을 받은 학생이 각각 1천여 명이다.

부톤섬 바우바우시에 지난 사흘간 머물면서 가장 놀란 점은 학교뿐만 아니라 식당이든, 마트든, 길거리든 마주친 모든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점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권유하며 'K-팝', 'K-드라마'라는 말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찌아찌아족에 반짝 관심만 보이고, 문화원 설립이나 도시개발 등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무관심으로도 모자라 '인도네시아 사람이면 인니어를 배우도록 해야지, 왜 거기서 한글을 가르치냐'고 비난하는 모습이 찌아찌아족의 환한 웃음과 대비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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