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터뷰] 생태동화 공모전 대상, 이영미 교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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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태동화 공모전 대상, 이영미 교민 작가

맹꽁이의 집을 찾아 주세요
기사입력 2019.11.0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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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의 집을 찾아 주세요

글: 김주명(시인)

= 지난 10월 마지막 날, 특별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립생태원에서 주최하는 제 4회 생태동화 공모전에서 이영미 작가의 중편 동화 ‘맹꽁이의 집을 찾아 주세요’가 대상을 수상하였다. 고국에서 펼쳐지는 문학 공모전에서 쟁쟁한 한국의 동화작가들의 작품을 제치고 우리 재외동포가 수상하였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다. 먼저, 작가가 소개하는 생태동화와 당선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어보자.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따르면 생태란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라 표기되어 있어요. 생태동화란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조화로운 방법’에 관한 화두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맹꽁이 이야기를 쓰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웃었고, 여러 가지 자료를 조사하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왜 맹꽁이냐고요?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떠올려 봤어요. 어릴 적 문방구 앞에 동전을 넣고 돌리면 또르르 떨어지는 뽑기 게임처럼 맹꽁이가 툭 튀어나왔어요. 맹꽁이는 이미 저에게 익숙한 동물이에요. 하루에 버스가 다섯 대만 드나드는 시골에 살며 개구리와 맹꽁이를 많이 잡으러 다녔거든요. 

 ‘맹꽁이의 집을 찾아주세요’의 주인공은 주말농장으로 둘러싸인 낡은 빌라에 사는 3학년 남자아이예요. 원래는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는데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나서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다시 썼어요. 어느 날 집으로 들어온 맹꽁이를 놓아주러 하천으로 가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맹꽁이들에게 집을 찾아준다는 이야기예요. 저희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던 책이 보리 출판사에서 나온 ‘달팽이 과학동화’였어요. 그래서 생태동화 공모전을 쓰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 이영미 작가는 2018년에 수필부문에서 적도문학상을 수상했고, 2019년 8월에는 아동인권동화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한인뉴스 편집위원과 한인 100년사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작가로서 나름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동화작가로 데뷔하며 주위를 더욱 놀라게 했다. 이는 외국이라는 삶의 환경이 고국과 달라 문학의 환경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스토리를 다루는 동화는 거의 독학으로만 작품을 완성할 수밖에 없기에 수상 소식이 더욱 남다르다. 작가의 수상소감을 직접 들어보자.

이영미 작가.jpg▲ 이영미 작가 [본인제공]
 
 “젊은 시인이 쓴 수상소감을 읽은 적이 있어요. ‘타인의 글이 좋다고 느낄 때, 나도 되더라.’ 저도 공감합니다. 제가 처음 쓴 동화는 어이없게도 장편 동화였는데 그걸 어떻게 공모전에 낼 생각을 했는지. 당연히 떨어졌는데 이유를 몰랐어요. 그래서 읽고 또 읽었어요. 그리고 저를 혼돈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주신 범초 김재원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동화를 쓰면서 10개월 정도 되었을 때, 공모전에서 계속 떨어져 침울해하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웬 슬럼프?” 감동을 받아 펑펑 울었어요. 그 뒤 전심으로 공부했습니다. 

 품격 있는 강의의 진수를 보여주시는 김이랑 수필가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우리 <한인뉴스> 편집팀을 생각하면 기분이 방방 뜹니다. 힘들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와담리(와신상담 문학동아리)’ 회원들에게 ‘쓰디쓴’ 키스를 건넵니다. 저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주시는 분들과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 인도네시아로 온지는 5년 정도 되었다는 이영미 작가는 충청도 늘왕리가 고향이다. 충북대학교에서 경영정보학(97)을 전공한 그녀에게서 글쓰기와 관련된 특별한 이력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작년 12월, 제가 쓴 동화가 모 일간지의 신춘문예 최종심까지 오르고 나서 동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했어요. 저에게는 딸이 둘 있는데, 첫째가 어릴 때 하루 60권씩 동화를 읽어줬어요. 몇 시간 동안 아이도 저도 꼼짝을 안 했어요. 동화책을 거의 외우다시피 한 것 같아요. 그러다 딸아이 국어와 쓰기 교육을 직접 하려 실용글쓰기 자격증과 독서지도사, 구연동화 등의 자격증을 따며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어요. 이런 것들이 동화를 쓰게 된 계기가 아닐까 해요. 둘째는 그렇게 읽어줄 체력이 안 돼서 네 살 때 한글을 떼고 거의 혼자 읽어요. 혼자 도는 바람개비인 셈이죠. 
 
 초등학교 때 제가 쓴 이야기 공책을 친구들이 돌려봤어요. 백일장에 나가면 상을 받고 고등학교 때 제일 좋아하던 과목도 국어와 문학이었는데, 취직이 잘 된다는 생각에 경영학과를 선택했어요. 그때 제가 좋아하는 걸 했더라면 이 글을 10년쯤 일찍 쓰지 않았을까요?” 

= 이영미 작가가 선택을 달리했다면, 과연 10년이 당겨졌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으리라! 문학은 우리 삶의 수많은 가설과 상상, 모험의 바탕 위에서 가능하다고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동화책을 읽어주다 동화작가가 되었다고 작가는 얘기하지만, 기실 고향의 계곡이, 버드나무가, 지천으로 늘린 강아지풀이, 또 뽑기놀이처럼 쏙쏙 올라오는 맹꽁이가 그녀를 동화작가로 이끌게 한 참 선생일 수도 있겠다. 
외국에 살면서 고국의 본선 무대에 작가로 데뷔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외국이라는 현실의 삶 속에서 ‘글쓰기’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어려움은 더할 것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입니다. 범초 김재원 선생님이 ‘아무것’도 아닌 저에게 ‘그 무엇’이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당선되고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어요. 항상 꿈꿔왔던 순간인데 믿기지 않았어요. 한인회에서 발간하는 ‘한인뉴스’는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는 교민들의 일상과 한인회의 소식을 전하는 월간잡지예요. 편집위원으로 일한 지는 몇 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무한한 애정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재치 넘치는 분들과 일하는 게 즐거워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글을 쓰려면 잠을 줄이며 부지런을 떨 수밖에 없어요. 원래 잠이 적은 편인데 더 줄였어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다가도 일어나 쓰거나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요. 다음날 거짓말처럼 이야기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어요. ‘기억 도둑’은 실재합니다!”
 
= 도시화로 인해, 자연은 그저 풍경 속 배경 정도로 인식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책, 창작동화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리고 동화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아이를 무릎에 앉혀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통하는 ‘무릎 교육’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우리 조상들의 ‘무릎 교육 전통을 현대에 맞게 되살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이 단연 아름답겠지만, 꼭 책이 아니라 휴대전화로 동화책 콘텐츠를 보거나 다른 영상들을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책이라면 부모님의 목이 비명을 지르기 전까지, 영상은 짧게! 

  저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한글 글쓰기를 가르치는데 책과 디지털기기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해요. 책이나 지문은 억지로 읽지만 유튜브나 인포그래픽 기사는 곧잘 보잖아요. 가령 아이들이 SF소설 쓰기를 하면 한낙원 과학소설상 수상작을, 환경오염에 관한 프로젝트는 생태동화나 과학동화를, 논설문을 쓸 때는 남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를 찾아 쓰게 유도해요. ‘남들과 다른 걸 찾아라!’가 제 교육의 신조입니다. 문학으로 치자면 ‘문학적 돌연변이를 찾아라!’가 될 것입니다.

  전성현, 송미경, 김태호, 최은영, 진형민, 유은실, 허교범, 문이소, 리셀 에릭슨 작가를 좋아한다는 이영미 작가. 그분들은 이영미 작가를 모르겠지만 우리는 안다. 그녀가 문학적인 삶을 살고있는 작가들을 아주 존경한다는 것을, 그녀의 변명 없는 눈망울만 봐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미곡 수탈에 관한 장편동화를 막 끝내고,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다듬고 또 다듬고 있다는 작가 이영미, 도태되지 않도록 전심으로 글쓰기에 매달리겠다는 각오가 그녀가 다듬는 문장에서 이야기로, 맥놀이로 타고 오른다. 생태동화 공모전이라는 수식어를 빛낼 수 있는 아동문학가가 될 거라는 그녀의 꿈을 응원합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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