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곧 다가올 비어버림을 애써 모른 척하듯 수목의 화려한 탈바꿈에서 비장미(悲壯美)마저 느끼게 되는 계절입니다.
“당감동 버스 종점을 지나/포장된 산길 조락(凋落)의 가을 하늘 눈 시림 속을 걷는다/……/코스모스는 바람에 흔들리며 잠시 사라졌다가/넘실 가는 허리를 굽혀 오는데/……/선암사 저녁 종소리가 먼 노을 빛을 안고 깔리던/이 길섶 오래도록 앉아서 내가 내린 뿌리 위에/코스모스는 여전히 피어 있다/……/어디 있을까 그때의 쓸쓸한 소년은”
이 가을, 그때의 쓸쓸했던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요?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Nat King Cole의 ‘Nature Boy’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