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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도네시아에서 당신의 언어생활은 건강한가요?/김순정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9.11.0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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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혐오표현과 전쟁 중... 선진국의 사례 접목시켜 성숙한 사회 만들자  

글. 김순정(순정아이북스/코리아리더스커뮤니케이션 대표)

7일 과거로의 여행.jpg
 사진 = F.X. Harsono(2013 / 2017)작품 Journey to the Past/Migration :한인니 미디어 설치 미술전
19세기에 중국인 노동자들이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에 도착했을 때 처음 만난 장벽은 언어와 이민국 심사였다. 그들의 후손인 작가는 알파벳 조각 더미를 배 앞에 쌓아서 현지어가 들리지 않는 외국인의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을 그리고 높은 의자와 눈부신 전등으로 이민국 심사에 대한 부담스러움을 표현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파푸아주(구 이리안자야)에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을 ‘원숭이’라 불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말에 분노한 주민들이 상점에 불을 지르고 시위를 벌이는 소요사태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숨졌다는 AP통신의 보도가 있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인 지난 8월 17일  ‘인니 국기 훼손’ 혐의로 파푸아 출신 대학생을 체포할 때 경찰이 이들을 ‘원숭이, 돼지’라고 부르는 동영상이 유포된 것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종차별적인 혐오표현이 발단이 된 안타까운 뉴스 중 하나이다.    
 
비단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지금 전 세계 지구촌은 ‘증오 콘텐츠’와 같은 혐오 표현과의 전쟁 중이다. 우리의 고국인 한국도 심각한 수준이다. 혐오 대상을 분석해보면 사회적 약자(여성, 노인, 장애인, 성적 소수자), 외국인(조선족, 이주 여성, 중국·인도·동남아 등의 이주민, 난민), 특정 지역(전라도, 경상도), 사건 사고 피해자(위안부,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 전염병 확진자, 성폭행, 성추행) 등이 주를 이룬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하와 조롱이 담긴 혐오표현의 콘텐츠가 급격하게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혐오표현을 접한 적이 있는 사람이 64.2%, 연령이 낮은 청소년의 경우도 82.9%나 집계되었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의 경우는 익명성으로 그 수위가 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혐오표현의 발생지나 여론이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소위 새로운 형태의 여론이라는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건설적인 토론 대신에 분노와 혐오, 비방과 욕설, 편향적인 주장이 난무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과 감정이 폭발하고 다른 의견이나 주장을 내밀라치면 정서적인 집단 몰매를 당하기 일쑤다. 여기서 저질 언어가 난무하고, 왜곡되고 잘못된 사실들을 확대 재생산해 내며, 집단이기주의의 편협 된 감정을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다. 객관적으로 문제의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주장과 편 가르기에 몰두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7일 말2.jpg▲ 사진 참조: JuanDarien via Getty Images
 
이러한 혐오표현이 문제가 되는 것은 혐오범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혐오표현들은 단순히 정신적 모욕감을 넘어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또한 차별과 편견은 소수자와 다수자의 공존 조건을 파괴시키며 소수자들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방해한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공포심마저 느낀다.  따라서 이대로 방치되면 범죄 발생, 사회 갈등 심화, 차별 고착,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묻지 마, 강남역 살인사건’(2016), 제주도 예멘 난민 반대, 인천퀴어문화축제 반대 폭력 집회(2018) 등이 발생한 바 있다.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혐오표현에 관한 처벌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놓긴 하였으나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차별금지에 대한 법이 구체적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아서 현실적으로 모든 혐오표현을 포괄적으로 처벌하기란 힘들다. 

각국 인권 전문가들은 혐오와 차별이 전 세계 인류가 공통으로 겪는 인권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정부 기구와 시민사회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필터링 장치를 만들고 그 역할을 할 만한 기관이나 단체 그리고 정부가 심각하게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인 등 사회적인 리더들이 본을 보이고 사회에서 혐오나 차별이 조장되는 것을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 이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견고해지는 데는 정치인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어느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무슬림이나 유대인들을 강제로 추방하거나 살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이런 발언들이 국민들에게 점차 인종차별적 언행과 사상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정당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야 하는데, 특정 소수자에 대한 정치적 혐오를 만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과 일본이 정치·경제 문제로 부딪치는 가운데 한국의 경제력이 상승하면서 일본의 국제적 지위 저하에 대한 불만을 외부적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과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인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의식과 일본 내에서의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일본의 마이너리티 중에서 재일한국인을 소환해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일본은 여당인 자민당이 한국에 대한 적대를 감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종차별단체가 정치단체가 되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 입국금지’, ‘한국과의 관계 단절’ 등을 내세우고 재일한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혐오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해외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사례를 살펴보면 유럽연합은 ‘형법을 통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특정 형태와 표현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 결정’에서 혐오표현 등을 형사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 근거도 담고 있다. 이 규범을 근거로 ‘불법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 행동기준’과 ‘시청각 미디어서비스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에 각각 신고절차를 마련하도록 하여, 신고 된 콘텐츠는 24시간 안에 검토해 삭제하거나 접근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는 형법에 혐오범죄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지만, 형사기소가 잘 이뤄지지 않고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1년 이하의 구금 등 낮은 수위의 처벌로 사실상 혐오범죄자가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에 캐나디안 안티-헤이트 네트워크는 법률에 기대지 않고 SNS와 팟캐스트 등에 혐오표현을 하는 단체와 개인에게 지속적으로 삭제 요청을 하고, 혐오물 게시자들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나라의 혐오표현에 대한 실태와 이에 따른 방안을 들어보고,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인도네시아도 작은 노력의 일환으로 ‘소셜 미디어 사용자는 계정을 등록할 때 새로운 사용자가 전화번호를 제공하도록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강요 하겠다’는 의사를 통신부 장관이 밝힌 바 있다. 위조 또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기 위해 익명 계정의 사용을 막기 위해 수행될 것이며 전화번호가 이미 정부에 등록되어 있다면 누군가가 불법적인 행위를 한다면 추적하여 법 집행에 도움이 되게 할 것이라는 강력한 의사를 공표한 것이다. 

얼마 전 열렸던 아시아 태평양 인권 기구 컨퍼런스에서는 ‘다양한 차별 금지 법률 제정, 교육 통한 자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언론사는 공정성을 가지고 보도내용이 온라인 세계에서 오용되지 않도록 팩트 체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바른 말, 바른 표현, 바른 소통의 가치와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절실하다 하겠다. 모든 혐오는 언어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혐오표현까지는 아닐지라도 인도네시아 거주 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가 타국이다 보니 언어소통의 부재와 문화의 이질감으로 현지인과 공존하면서 살아갈 때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공감 문화를 이끌기와 개인의 자각이 필요하다. 서로 다르기에 더욱 예의를 갖추고 상호 존중해야 소소한 그들과의 마찰 관계의 잡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때로는 현지인들이 많은 곳은 피하거나 현지인들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현지인 문화를 경시하는 경우가 생각과 생활 속에서 깊이 뿌리 박혀있음을 확인할 때가 종종 있다. 인도네시아의 현지식당에서 종업원이나 주차요원이나 아니면 가깝게는 현지인 가정부와 유모, 운전기사에게 고용인과 피고용인 관계가 아닌 주종 관계로 하대를 하는 언어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한국인과 현지인과의 소통에서 문화적 이질감과 언어소통의 어려움으로 종종 불쾌한 감정이나 말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닌 만큼 현지인들을 경시하는 풍조와 말투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현지인들과 화합 내지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 이제 우리 한국인들도 현지인과의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상호 소통의 노력을 더욱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였던 <언어의 온도>라는 책에도 있듯이 인도네시아어가 서툴다 하더라도 말에는 온도가 있지 않은가. 우리의 말이 서툴더라도 우리의 말의 온도를 그들도 느낄 것이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일컬었던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가 이제는 타인과 타국에서 빛을 발해야 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이 땅에서 아름다운 언어생활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한국인, 만나고 싶은 한국인으로 기억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아울러 현지인과의 언어생활뿐만 아니라 ‘한국인 커뮤니티’라는 특별한 공동체에서도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고 서로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올라간 만큼 성숙한 문화의식도 함께 동반 성장해야 할 때이다. 이제는 혐오표현으로 타국에 살면서 더 이상 나에게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을 단순히 비난하고 악마취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네 살 아들에게서 배우는 편견 없는 인간존중 이야기를 잠깐 하려고 한다. 우리 아들은 현지인을 아파트나 몰이나 어디서든 만나면, "Hallo Hallo(할로우 할로우)"하면서 먼저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그 아이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한다. 일하는 유모나 가정부에게 거리낌 없이 안기고 먹는 것을 함께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심지어 숟가락과 포크를 쓰기 보다는 인도네시아식으로 오른손을 써서 식사하기를 즐기기도 한다. 어찌 보면 여기서 오래 산 아빠 엄마보다도 인도네시아어 말은 더 짧더라도 더 관계를 잘하는 지도 모르겠다. 어떤 편견도 없이 다가가는 그 아이에게 내가 한수 배울 때가 많다. 마음으로 다가가는 언어가 바로 진정 훌륭한 언어가 아닌가 싶다. 혐오표현이 아니라 이제는 서로에게 진정한 마음의 언어로 다가갈 때이다!

7dlf akf3.jpg▲ 사진 참조: 국가인권위원회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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