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겨울의 초입에 섰습니다. 하늘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내려앉은 날. 아주 허망하지만 푸근하게, 차갑지만 담담하게 눈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점차 4B연필로 열심히 그어대듯 빼곡히 공간을 채우는 눈, 이제 눈앞의 사물들이 잊혀가네요.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당신이 그리워지고/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나도 그렇게 당신에게 가 닿고 싶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당신만 또렷해지는지……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George Winston의 ‘December’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