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엄박사의 아세안톡] 메콩강과 한반도는 서로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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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박사의 아세안톡] 메콩강과 한반도는 서로 비추는 거울이다

엄은희 박사, 메콩강 둘러싼 ‘열전’ 현장도 개방....평화와 경제성장 선순환 주목
기사입력 2019.11.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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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엄은희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 2년 간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할 여지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주요 이해 당사국들이 함께 지역적 차원에서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한반도 거주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단속(斷續)적이며 단발적인 상황변화에 놓일 수 있는 가변성도 여전히 강력하다.

따라서 분단체제 극복과 새로운 한반도 체제 구성을 위한 분명한 전환의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즉, 불가역적인 지역 차원의 제도 형성으로 이어져야 하며, 그 방향은 평화경제론에 입각한 ‘지역 제도(들)’과 ‘평화-발전 넥서스에 입각한 거버넌스’의 구축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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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동남아 대륙부의 메콩지역에서 지난 30여 년 간 진행되었던 평화-발전의 제도화와 거버넌스 정착의 과정이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함에 있어 주요한 참조체계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메콩지역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냉전시기 동아시아 열전(베트남전쟁과 캄보디아 내전 등)의 전장(battlefields)이었다. 국제하천 메콩은 냉전의 시대 체제 대결의 전선(戰線)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사회주의적 계획경제를 표방했던 메콩의 4개국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이 순차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서고, MRC와 GMS와 같은 제도와 거버넌스가 형성되면서, 이 지역에서는 평화와 경제성장의 선순환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필자는 메콩지역을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펼쳐질 ‘평화경제와 번영의 지역화’와 ‘개발과 협력의 딜레마’를 고찰할 수 있는 선행 사례로 관찰해왔다.

이를 통해 메콩 지역을 한국의 대외 경제정책의 투자 및 진출 대상으로만 사고하던 기존의 경제중심적 사고 관행을 넘어서 메콩 지역과 한반도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자 개발 이후 대안 개발을 모색할 수 있는 공동의 정초를 발굴할 기회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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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메콩의 지역협력-딜레마의 경험에 기초하여 앞으로 한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변화를 전망하고 예비할 수 있는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다.

메콩지역에서 역내국가의 영토를 모두 통과하는 국제하천의 존재는 정치적 경계와 무관하게 국가들을 상호의존적인 상황에 놓이게 한다.

역외의 제3자들, 즉 주요 공여국과 공여기관들은 정적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자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추구하였지만 이러한 경제적 보조는 유역국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류 메콩국가들에게 메콩강에 중심을 둔 제도 형성은 유역국들의 공유된 경제적 지상명령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로 작동하였다.

한반도 관계의 진전은 그 동안 ‘사실상의 섬’이었던 대한민국(남한)의 지정학적 처지와 그로 인해 ‘닫힌 체계’로 논의되었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논의들이 ‘한반도의 차원’으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한 고려되어야 하는 점은 ‘반도’의 특성 상 한반도의 문제는 한반도라는 상상된 민족국가의 영토적 경계를 넘어 곧바로 대륙과 맞닿아 있고 대양으로 확장되는 ‘다층적 열린 체계’로의 인식 전환과 대안 모색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층적 열린 체계는 동북아와 동남아를 포괄하는 더 넓은 시장이자 다자외교의 장이며 아시아의 시민들의 교류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포용적인 비전도 중요하지만 메콩지역이 경험한 탈냉전 평화시대 급속한 개발로 인한 갈등과 딜레마 상황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발전과 발전-환경 넥서스에 입각한 세밀한 제도와 거버넌스 구축도 요구된다.

11월 말 열릴 제 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서는 ‘한강·메콩강 선언’이 채택될 예정이다. 한·메콩 협력의 명확한 비전 및 전략과 협력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인프라, 정보통신기술(ICT), 녹색성장, 수자원개발, 농업 및 농촌개발, 인적개발 분야에서 많은 협력사업이 시행돼 왔으나 앞으로는 좀 더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 중심의 사업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메콩의 관계는 메콩지역이 먼저 경험한 평화경제의 가능성과 가치를 한반도의 평화경제를 위한 참조사례로 적극적으로 배우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아세안익스프레스=데일리인도네시아]


**이 내용은 11월 20일 서울대 아시아지역연구기관협의회 국내학술회의 ‘아시아의 신지경학: 메콩에서 극동까지’에서 엄은희 박사가 발표한 내용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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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은희 박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VIP신흥지역연구사업단의 선임연구원이다.
지리학자로 동남아시아 지역의 환경현안, 경제지리학, 한인기업과 한인사회를 주로 연구한다.
설탕으로 본 필리핀역사서 <흑설탕이 아니라 마스코바도>(따비 2018), 동남아 신흥국 진출의 안내서 <한국기업의 VIP 국가 투자진출: 지역전문가의 조언>(진인진 2019) 등을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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