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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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31

기사입력 2019.11.2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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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노향림

하루의 일이 끝났다.
철둑길 연변에 서면
어디선가 개짖는 소리

눈비비며 바라보던 앞날은
끝없이 어두워 있고
무서움에 아카시아 나무들은
바싹바싹 몸을
조여서기만 했다.

그 시절 너무나 많은
어둠에 찔려
불빛도 숨어서
신음만 흘렀다.

―사는 것을 몰라서
내 또래의 친구들이
싸늘한 공허만을 이루고 있다.

                                    노향림 시집 『K邑紀行』 현대문학사, 1977

26일 식물카페.jpg▲ 사진 김상균
 

 며칠 전 대학 때의 친구를 만나 길을 걸으며 지난 시간을 더듬어보기도 하고,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앉아 함께 작업할 ‘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암담했던 시절 그 가을, 우리는 각자 ‘야학’을 하고 있었는데…
 “눈비비며 바라보던 앞날은/끝없이 어두워 있고/무서움에 아카시아 나무들은/바싹바싹 몸을/조여서기만 했다.//그 시절 너무나 많은/어둠에 찔려/불빛도 숨어서/신음만 흘렀다.”
 이제는 참으로 멀어져간 시간을 되새겨봅니다. 그 어두운 터널 속을 어찌 헤쳐나왔는지…
 은행나무는 가을 마지막 햇살을 황금빛으로 튕겨내며 그간의 기억을 발치에다 소복이 떨구어 놓습니다.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Melanie Safka의 ‘The Saddest Thing’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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