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약속 시각 1시간 전에 도착해서, 햇살 가득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학 때 친구를 기다렸던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그동안 왜 이렇게 지내지 못한 것일까요? 빠듯한 시간 계산과 빼곡한 하루하루의 일정 속에서 헤매다 청춘을 내어주고 이제야 겨우 빠져나온 생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딘가에 닿으려는 간절한 손짓//펄럭이다 돌아오는 사이//이미 내 목덜미를 감고 있다//낙타가 모래바람을 건널 때 순한 눈을 가려줄/속눈썹 같은,//깊은 잠 베게 밑에서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줄/손가락 같은, 그 빛에 싸여//우리는 이미 가고 있는 것일까//……//따라가보고 싶지만//아직은 이 골목 저 골목 당신을 기웃거리는//그 빛,”
아직은 맞닥뜨리지 않은 ‘그 빛’에 안도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새로움과 함께 나아가고 있는 하루입니다.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벤(Ben)의 ‘꿈처럼’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