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지지 않는 아파트
박이문
건너편 아파트로 어느 여인이 강아지를 끌고 들어간 후로는 저녁이 짙어 갈 뿐, 누가 또 지나간다 해도 보이지 않게 껌껌하다. 커튼을 올려도 보이는 것은 달처럼 몽롱한 겨울의 가로등뿐이다.
오직 들리는 것은 책상 위를 달리는 탁상시계의 급하고 또렷한 바늘소리뿐이다. 혼자 사는 방안에는 책상 위 전기스탠드만이 의식처럼 밝을 뿐이다.
삼백만 보스턴 시가 사막처럼 잠들었고 오직 내 그림자만이 크게 짙고 고독은 마치 기도처럼 승화한다.
朴異汶 詩集 『눈에 덮인 찰스江邊』 홍성사, 1979
▲ 사진 김상균
새벽 시간, 모두가 잠들었을 시간이라고 여겨지는 그때, 나는 온전히 내가 나로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 말을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읽은 이후, 얼마나 오랫동안 그 ‘사회적’이라는 의미에 휘둘려왔는지……
“오직 들리는 것은 책상 위를 달리는 탁상시계의 급하고 또렷한 바늘소리뿐이다. 혼자 사는 방안에는 책상 위 전기스탠드만이 의식처럼 밝을 뿐이다.//삼백만 보스턴 시가 사막처럼 잠들었고 오직 내 그림자만이 크게 짙고 고독은 마치 기도처럼 승화한다.”
강물은 느리게, 하지만 쉼 없이 흐르고 있는 걸 바라보며 앉았던 그때를 생각합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영화 Forrest Gump의 Main Theme입니다.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