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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기의 인간/조은아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20.01.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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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거북이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어가는 물고기가 
플라스틱 조각을 가득 주어 먹은 기러기가
쓰레기 더미를 헤집던 원숭이가
우리에게 말한다.

너희도 ‘멸종 위기종’이라고.

2일 홍수 자포 캡처.jpg▲ 2020년 첫날 자카르타가 물에 잠겼다.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위기의 인간

 2020년 새해가 밝기가 무섭게 자카르타는 홍수와 침수로 대혼란을 겪었다. 10년을 이곳에 살아보니 그닥 새롭지도 않은 일이지만, 매년 같은 일을 겪고 있으면서도 매번 달라지지 않는 모습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하천과 하수구 정비가 시급한 문제라고 하면서도 우기가 지나가면 문제 의식도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인가. 우기 전에 하천에 가득 버려진 있는 생활 쓰레기만 처리해도 하수 정비의 반은 이뤄진 것이리라.

 연초부터 심각해지기는 싫지만 사실, 기후와 환경 변화로 인한 대혼란은 자카르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구는 이미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잃었다. 
나무심기를 하면 공기가 맑아지고, 깨끗이 정화하면 맑은 물을 먹을 수 있다고 믿던 시대는 사라졌다. 우리는 지금 쓰레기 속에 갇혀 마스크를 쓰고 좋은 먹거리가 아닌 깨끗한 먹거리 걱정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진심으로 우리는 동물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인간 자신의 멸종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나마도 규제와 단속으로 공기의 질과 급속한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이미 넘쳐나고 있는 쓰레기와 싸워야 한다.  그것들은 우리의 물을, 먹거리를, 삶터를 점령하고 우리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쓰레기는 바로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빨대, 페트병 등 온전한 형태에서부터 5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 현미경으로도 관찰하기 어려운 ‘나노 플라스틱’까지 나뉘어져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수백 년에 걸쳐도 썪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지구 인간과의 공존은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지구를 떠나야 할 판국이다. 

 당장 플라스틱 봉투를 들고 있다고 하지 않더라도, 지금 당신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셔츠의 단추와 합성섬유는 물론이고 당신이 오늘 아침 사용했던 치약에도, 식탁에 올라왔던 생선의 뱃속에도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일 쓰레기 플라스틱.jpg▲ 플라스틱 쓰레기 [구글 이미지]
 
플라스틱의 개발과 역습, Plastic pollution

플라스틱의 발견

 신이 창조할 때 실수로 빠뜨린 유일한 물질로 꼽히는 이 플라스틱이 탄생한 것은 당구공 덕분이었다. 1860년대, 아프리카 코끼리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 일로 당구공의 재료로 쓰이던 상아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자 미국 당구업자들은 상아를 대체할 물질을 개발하는 자에게 1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한다는 공모에 나서게 된다. 

 1869년 하야트란 인쇄업자가 상금을 탈 욕심으로 동생과 함께 톱밥과 종이를 풀과 섞어 당구공을 만들려다, 우연히 니트로 셀룰로오스와 장뇌(녹나무를 증류하면 나오는 고체 성분)을 섞었을 때 매우 단단한 물질이 된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것이 천연수지로 만든 최초의 플라스틱 ‘셀룰로이드’다. 이러한 플라스틱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909년 벨기에의 베이클랜드가 합성수지를 만들어내고 그는 이로 인해 1919년 퍼킨상까지 수상했다. 그 후 1938년, 뒤퐁사(社)의 캐러더스가 나일론을 합성, 스타킹을 만들면서부터 플라스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2일 바닷가 쓰레기.jpg▲ 발리 꾸따해변에 밀려온 쓰레기 [구글 이미지]
 
잠복기를 끝내고 증상이 나타난 암과 같은 ‘플라스틱’

육지에서 버려졌건, 바다에 직접 버렸건 대부분의 쓰레기가 모이는 곳은 바다가 된다. 해양 쓰레기는 분포에 따라 해안쓰레기, 부유쓰레기, 해저 침적 쓰레기로 분류할 수 있다. 해양 쓰레기는 선박 사고의 원인이 되고 어업 생산량은 떨어뜨릴 뿐 아니라  해양 동물의 생존 과 우리의 식생활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 해양폐기물 문제는 이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더는 견딜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에릭 솔하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현 수준대로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무게가 물고기의 무게와 맞먹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세계의 플라스틱병은 4천800억개로 집계됐고 2021년에는 그 수가 5천830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1997년 태평양에서 발견된 거대한 쓰레기 지대는 2007년에 이미 한반도 크기의 7배 이상으로 불어났고, 현재의 기술로 바다 위의 쓰레기를 모두 치우려면 약 7만 5000년이 걸린다고 한다.  

미세 플라스틱이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크기 5㎜ 이하의 플라스틱으로 정의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발생원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 처음부터 작은 크기로 만들어져 치약, 스크럽 등 사용된 뒤 하수도를 통해 배출된 1차 미세플라스틱과 바다로 들어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자외선과 바람, 파도의 힘으로 부서지면서 만들어진 2차 미세 플라스틱이다. 이들은 대부분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처음에는 보였던 것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와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까지 쪼개져 결국은 보이지 않아 마치 바닷물에 ‘함유된’ 미량 물질 가운데 하나로 보여질 정도가 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 생태계의 기초인 동물성 플랑크톤에서부터 갯지렁이, 새우, 게, 가재, 작은 청어에서 대구와 참다랑어 등의 대형 어류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종에서 발견되고 있다. 바다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고 있을 뿐 아니라 먹이사슬을 통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미 유럽에서는 평균적인 유럽인이 홍합과 굴 섭취를 통해서만 해마다 1만1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사람의 체내로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 결과가 쌓이지 않아 과학자들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 첨가된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 뿐 아니라 물 속에 녹아 있는 다른 유해물질까지 끌어당겨 흡착하기 때문에, 몸 속에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이 체외로 배출될 수 있다 하더라도 플라스틱에 함유돼 있던 이 유해물질은 체내에 흡수될 위험이 있다. 유엔환경계획은 2019년 5월 발표 보고서에서 “마이크로플라스틱보다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 속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나노 플라스틱이 조직과 세포 속으로 이동한 이후의 위험을 ‘블랙박스’로 표현했다.

2일 쓰레기 폐기장.jpg
 

우리는 살아 남을 수 있는가, Stop Using! If not, Reduce Reuse Recycle
 전체 플라스틱 제품의 약 40%를 차지하는 포장재, 일회용 봉투와 컵 사용금지 등이 가장 기본으로 꼽히는 실천 덕목이지만 이마저도 외면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지금 당장 전 인류가 플라스틱 사용을 중지한다고 해도, 이미 버려진 쓰레기와 앞으로 몇 백년을 더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비가 오면 빗물의 흐름을 막고 버티는 쓰레기 더미로 인한 범람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강 하류민들의 생활은 처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책감 없이 마구 버리는 사람들도 범람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분 마다 200만개의 비닐 봉투가 사용되고 있고, 한 개의 비닐봉투는 평균 12분 동안 사용되어진 뒤 버려진다. 비닐 봉투 1개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석유의 양으로 자동차를 11m 운전할 수 있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500년. 

 당장 사용을 중지할 수 없다면, 줄이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는 방법이 지금의 최선이다.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땅에 묻어 자연스럽게 해소하게 하거나 열로 소각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막대한 비용과 함께 2차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BBPB’(Bye Bye Plastic Bags)은 2013년 당시 10살 12살이던 멜라티와 이자벨 자매가 발리에서 만든 환경 보호 NGO 단체다. Youth Climate Action은 심각한 기후 위기에 맞서 스웨덴의 십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중심으로 모인 청소년 환경 단체다.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애쓰고 있다. 먹을 만큼의 음식만 만들고 주문하기, 한 번 사용한 봉투 재활용하기, 쓰레기의 품목별로 분리수거 하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등등 우리가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은 여러 가지다. 

 ‘오늘만 하루만, 이번 한번만’ 이란 안일한 생각을 하기엔 우리는 너무 멀리 와 있다.  환경운동은 특정 단체, 특정인들만 하는 어려운 일이라는 편견도 버려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이것은 더 이상 ‘누군가만’ 하는 ‘환경 운동’이 아니다. ‘모두가’‘꼭’ 해야 하는 처절한 생존 싸움이다. <끝>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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