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도네시아 한인들은 어떻게 살아왔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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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한인들은 어떻게 살아왔나(3)

기사입력 2020.01.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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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울 무용단이 2018년 11월 14일 자카르타 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부인회(WIC) 자선바자회에서 교방무를 공연해 자리를 빛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공부한 무용수들이 각자 사정으로 인도네시아로 이주한 후 교민 무용단을 구성해서 다양한 행사에서 한국무용을 알리고 있다. [사진: 독자 배동선 제공]       

글: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국장.한인사집필위원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와 자가용 운전기사에 대해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현지인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와 운전기사를 잘 만나는 것이 현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무덥고 습한 날씨와 열악한 교통 인프라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로 인해 많은 가정에서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더불어 아이가 있으면 베이비시터 그리고  정원이 넓은 주택에 살 경우에는 정원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 가사노동과 운전을 대신해줄 현지인을 고용하는 일도 양면성이 있다. 가사노동 시간이 줄어서 여가시간이 늘고, 대중교통보다 쾌적하게 자기 차로 이동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다른 문화를 가진 외부사람과 함께 한 집에서 생활하고 좁은 차 안에서 함께 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가사도우미는 청소, 빨래, 주방일 등 가사노동을 담당하고, 잡상인이나 걸인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앞서 유선전화를 주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잘못 걸려온 전화나 장사꾼들의 전화를 걸러주는 역할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일년 내내 무덥고 습지와 풀이 많아서 매일 청소하지 않으면 개미, 바퀴벌레, 모기, 파리, 도마뱀, 쥐까지 다양한 해충과 동물이 집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대청소 수준의 청소를 매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사도우미 월급은 지역최저임금(UMR)의 70% 정도에서 책정되지만, 일의 양과 다른 가사도우미들이 더 있는지 여부 그리고 주택의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어디나 슈퍼마켓과 편의점이 있지만, 과거에 작은 상점조차 귀할 때는 고용주가 장을 볼 때 쌀, 식용유, 비누, 샴푸 같은 기초식품과 생필품을 직접 구입해주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못했고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며 치안이 불안한 곳이 많아서 외출하려면 자가용이 필요했다. 사고가 나 현지인과 시비가 붙을 경우 외국인 자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불리한 입장이 되기 쉬워서, 운전을 할 줄 알아도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운전기사 월급은 지역최저임금보다 20~30% 높은 선에서 책정되지만, 역시 업무 강도와 출퇴근 여건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조정이 된다. 예를 들면, 회사 소속 기사는 직원 기준 임금을 적용하고, 고용주가 야간회식 등 모임이 많으면 잔업비가 증가해 총 급여는 커진다. 반대로 가정에 고용될 경우 잔업시간이 거의 없고 자녀의 등하교와 낮 시간 외출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면 기본급 수준에서 최종수령액 결정된다. 또 출퇴근 거리가 멀 경우 차비를 추가로 지급하기도 한다. 

아이가 있는 경우 베이비시터를 고용한다. 베이비시터는 가사도우미보다 임금이 높으며, 특히 신생아를 돌보는 베이비시터 임금이 가장 비싸다. 베이비시터와 가사도우미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소개를 받지만, 가까운 이웃이나 주변 현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는 경우도 많다.

가사도우미와 베이비시터를 고용함으로써 생기는 혜택은 시간과 감정의 여유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사도우미 덕분에 남자 혼자서 인도네시아에 체류할 때도 깨끗한 방과 깔끔한 복장을 유지할 수 있고, 집에서 적절한 수준의 식사도 해결할 수 있었다. 여성의 경우도 가사노동을 하는 대신 개인적인 취미활동이나 종교단체와 교민단체 활동 같은 사회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자카르타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 중에는 그림, 글, 서예 등으로 등단하거나 플로리스트나 아마추어 음악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지금처럼 유통과 외식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식재료를 구입해서 한국식으로 손질하고 음식을 만드는 일을 모두 가정에서 담당해야 했고, 호텔이 많이 생기기 전에는 한국에서 오거나 지방에서 오는 한국인 손님들을 집에서 묵게 해야 했는데, 가사도우미들의 도움이 컸다.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키우던 건욱 엄마는 “베이비시터와 가사도우미가 모두 있으니 책 읽을 시간이 난다. 가사도우미 한 사람만 없어도 커피 한 잔 마실 여유가 안 생긴다”라고 말했고, 1살과 3살짜리 남매가 있던 지수 엄마는 “힘들거나 지치는 일은 베이비시터와 가사도우미가 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더 관대할 수 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인도네시아 한인 가정 중에는 3명 이상의 자녀를 두는 비율이 한국보다 높고, 인도네시아로 이주해서 아이를 한 명 더 낳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람이 늘면 문제도 더 생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남녀 가리지 않고 한국인 2명만 모이면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로 인해 속 썩는 이야기를 반드시 한다.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교민 웹사이트, 카카오톡 단톡방, 네이버 밴드 등 온라인에서도 현지인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 문제를 언급하는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가정부를 모시고 살아요’ 또는 ‘운전기사와 외출하는 것이 도 닦는 시간이예요”라는 말로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한 집에서 또는 한 차에서 지내는 어려움을 표현한다. 대부분 현지인 가사도우미들은 정직하지만 일의 책임 범위와 물건 사용 범위 등은 한국인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또 임금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고,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다 보면 서로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말을 돌려서 하거나 직접 말하는 것을 회피하다 보면 거짓말을 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운전기사의 경우도 무단결근, 월급에 대한 이견, 운전 미숙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이제 인도네시아도 인건비가 상승하고, 다양한 일자리가 생김에 따라 가사도우미나 자가용 운전기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대신 고젝과 그랩 같이 온라인 차량호출 서비스, 우리 지하철에 해당하는 MRT와 경전철(LRT) 개통, 다양한 등급의 버스 노선 확충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다. 주거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고, 호텔산업, 외식산업, 유통업이 발달하면서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의 역할도 줄고 있다. 앞으로 한인 가정에서는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를 반드시 고용하기 보다는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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