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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속 한국 신발산업

기사입력 2020.01.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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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22695c4a573bfdc4b8f5a36085fcc_WOiRYw6SScZU7yLpfluIgsmJa.jpg▲ 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파크랜드 월드 인도네시아(PT)'의 중부자바주 즈빠라 공장. 2016.9.8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인도네시아 속 한국 신발산업

글: 신성철 한인100년사 편찬위원,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신발산업 가운데 스포츠화의 경우 1970년대까지는 일본이, 1980~1990년대 초까지는 한국이, 1990년대 이후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국이 전 세계 공장 역할을 맡고 있다. 1980년대 후반기 한국사회 민주화에 따른 노동쟁의 증가, 가파른 원화 절상 및 임금상승에 따른 제조비용 상승으로 채산성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국내 노동집약형 중소기업들이 해외진출을 모색하게 됐고, 대상지로 동남아와 중국이 부상했다. 

당시 한국과 대만의 신발제조업체들이 대거 동남아와 중국 등지로 생산기지를 이전시킨 배경에는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빅바이어들이자 브랜드 마케팅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인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수입선을 대거 전환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1990년 전후 한국의 중소자본이 가장 선호한 투자대상국으로, 짧은 기간 동안 노동집약적 부문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최초이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1980년대 후반 당시에 우리나라는 중국과 베트남과 수교 이전 시기였던 만큼 부산에 밀집되었던 한국 신발제조업체들이 초기 이전을 고려한 국가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원목개발과 합판제조, 건설 등 한국 기업들이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었던 터라 인도네시아 투자는 진출에 따른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계 신발제조업체로서 첫 투자회사인 코린도그룹의 신발사업 부문인 가루다인다와(PT. Garuda Indawa)가 1980년대 중반 가동을 시작해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던 만큼 해외투자에 경험이 없었던 한국 신발업체들은 앞서 진출한 가루다인다와의 선례를 공유할 수 있었다.  

1985년부터 인도네시아 금융위기인 1998년까지 초창기 진출 기업 

한국계 신발제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1985년 가루다인다와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까지 성화(PT Sung Hwa Dunia), 프라타마(PT.  Pratama Abadi Industri), 동양(PT. Tongyang Indonesia), 동조(PT. Dong Joe Indonesia), 태화(PT Tae Hwa Indonesia), 스타윈(PT. Starwin Indonesia), 도손(PT Doson Indonesia), 코리네시아(PT Korinesia) 금강제화 등이 대규모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OEM 방식의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1990년대 초반 한국이 중국과 베트남과 수교하면서 두 나라는 우리나라의 주요 투자지로 부상했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신발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인도네시아 신발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3년 이후 인도네시아 최저임금 인상율이 연간 10%를 상회함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비 절감 효과가 낮아진 동시에 한국에서 더 가까운 중국과 베트남이 대안 생산기지로 부상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계기로 중국의 생산원가가 급속도로 인상되면서 중국으로 진출했던 한국계 기업 중 일부는 한국으로 U-턴하거나 인도네시아로 재이전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계 신발제조 투자기업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반뜬 주 땅그랑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땅그랑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한인 집중 거주지로 부상했고, 신발회사 직원들의 소비는 땅그랑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과 베트남이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상하였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인도네시아 정치경제와 사회적 혼란은 과거 관행에 익숙했던 대부분의 한국계 신발기업의 존속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1세대로 분류될 수 있는 인도네시아 내 한인 신발기업인 성화, 가루다, 동조, 스타윈, 코리네시아, 태화, 성화 등이 2005년을 전후하여 폐업 절차를 밟는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신발산업이 2005년 파크랜드(PT Parkland World Indonesia)의 풍원제화 인수를 계기로 현지 한국 신발제조업계가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어 창신(PT Chang Shin Indonesia)과 태광(PT Taekwang Industrial Indonesia) 등 대규모 한국 신발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신발업계가 제 2의 도약기를 맞는다.  

인도네시아 진출 초창기 우리 기업들은 반뜬 주 땅그랑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식 대량생산 제조라인이 설치됨에 따라 OEM 방식의 유명 브랜드 주문을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직접 경영방식을 채택한 우리 신발기업은 해외투자 경험이 없었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현지 노동자들과 갈등과 마찰을 빚어 적지 않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했고, 이는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와 인도네시아 진출에 큰 교훈이 됐다. 

2004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집권 후 인도네시아 정치와 사회가 안정되고 대외여건이 변화하면서 제조업이 회복하기 시작했고, 재인니한국상공회의소(Kocham)와 재인니한국신발산업협의회(KOFA)를 중심으로 다시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다. 최근 자바 섬 내 최저임금 차별화의 이점과 조꼬 위도도 정부(2014~2024년)의 국토 균형 발전 정책에 부응하여 중부 자바주 주도 스마랑 주변의 즈빠라 지역과 살라띠가, 브레베스 등지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있다. 2016년 이후 한국계 신발업체의 인도네시아 내 이동(반뜬주에서 중부자바 또는 서부자바 외곽지역)이 가속화돼 화승, 파크랜드, KMK, 프라타마, 창신, 태광 등 대기업들이 이러한 대이동을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내 한국계 신발업체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생산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장치산업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인도네시아 스포츠화 제조업이 다시 활력을 찾을 무렵 재인도네시아 한국신발협의회(KOFA)가 설립되어, 2009년 11월 초대 회장으로 송창근 KMK 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이어 제 2기 송창근 회장(2012~2013), 3기 신만기 회장(파크랜드, 2014~2015), 4기 신만기 회장(2016~2017), 5기 신만기 회장(2018~2019) 그리고 6기 이종윤 회장(프라타마 그룹 PT. SMI, 2020 현재)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2020년 현재 KOFA는 신발제조회사 20여개 회원사와 자재 및 임가공 회원사 180여개 등 총 200여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회원사는 한국인 근로자 2천여명과 현지인 근로자 25만여명을 고용해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아식스 등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연간 1억3천200만 켤레, 총 35억 달러 매출액을 기록해 인도네시아 수출실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KOFA는 현지에서 회원사의 비즈니스 활동 외에도 △회원사의 권익 보호 및 정보 공유 △최저임금 관련 협의 및 대책 수립 △KOFA 소식지인 ‘코파의 힘’ 및 연간 통합본 발행 △현지 빈곤층 지원과 재해 시 성금 및 생필품 지원 등 지역사회봉사 △신발 관련 전시회, 세미나 참관 및 주최 △코파 총회 개최 등 다양한 활약을 통해 회원사는 물론 지역사회에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국가 현지 인건비 지속적인 상승 그리고 국가 및 지역 차원의 산업 정책의 변화 등에 따라 해외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운영 중인 기업들은 생산비 증가와 경영한계에 직면했다. 다른 한편 로봇 및 3D 스캐닝 및 프린팅 기술의 혁신 및 도입속도가 빨라지면서 신발산업 내에서 고기능·고품질 제품군들은 기술 수준이 높고 시장이 가까운 본국으로 유턴하는 경향도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가 '4차산업혁명 교과서'로 평가돼 온 독일·미국 내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2020년 4월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본사가 위치한 독일로 생산시설을 유턴한 지 불과 3년 만이다. 다만 독일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독일 안스바흐의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 사례나 최근 중국에서 부산으로 유턴하는 한국기업들의 사례는 신발산업의 미래 역동성이 얼마나 크며 이에 대한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이제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신발산업은 제3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신발 브랜드들의 중국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생산과 소비 중심지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급부상하고 있는 시점에 현지에서 우리 기업들은 자동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의 신발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끝)

참고문헌
'코파의 힘, 재인니한국신발협의회 정기 간행물 
엄은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신발산업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변화와 한인기업공동체의 공간전략’
뉴스미디어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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