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틀알틀] 기어이, 회자

몰라서 틀리고 알고도 틀리는 생활 속 우리말_103

기사입력 2020.02.25 15:47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댓글을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는 이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현대인들에게 정보 공유와 관계 형성을 위한 주요 의사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소통의 기본 수단으로 문자를 사용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문자의 중요성과 올바른 문자 표현의 필요성을 실감하곤 한다. 분명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우리말을 바로 알고 바로 쓰고자 노력하는 분위기가 교민 사회에 형성되기를 기대하면서 평소 자주 쓰는 말들 중 틀리기 쉬운 우리말을 찾아서 함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집회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기여히 집회를 강행하고 말았군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많은 가짜 뉴스가 회자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어요.”

누구를 위한 집회이고 누구를 위한 가짜 뉴스인가.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집회,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 뉴스들, 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집회를 주도하고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저들에게는, 신도든 국민이든, 사람은 없습니다. 오로지 개인적, 정치적 계산만 있을 뿐이지요.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정치적 목적, 개인적 이익을 위해 신앙을 악용하여 선동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이를 이용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또한 우리의 일면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깨닫게 되겠지요.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네오내오없이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서 우리들 각자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습니다.

오류를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집회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집회를 강행하고 말았군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많은 가짜 뉴스가 떠돌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어요.”

기여히 × ⇒ 기어이 ○

회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결국에 가서는’의 뜻으로 쓰는 말로 ‘기어이’가 있지요. ‘기어이’를 ‘기여이’, 또는 ‘기여히’로 잘못 발음하고 표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발음할 때 나타나는 동화현상 때문입니다. 후설모음인 ‘어’를, 앞에 오는 전설모음인 ‘ㅣ’모음의 영향으로 전설모음인 ‘여’로 발음하려는 경향(전설모음화)이 있는데 표준발음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예로, ‘이었다[이어따]’를 [이여따]로 발음하고 ‘이였다’로 쓰는 것도 같은 현상에 의한 오류입니다. ‘이었다(또는 였다)’는 있어도 ‘이였다’는 없는 말입니다. ‘기어이’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기어코’를 ‘기여코’로 잘못 발음하고 표기하는 것 역시 같은 현상에 의한 오류지요. 참고로 ‘되어, 피어, 이오, 아니오’는 ‘[되어, 피어, 이오, 아니오]’로 각각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되여, 피여, 이요, 아니요]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여히(×)/기여코(×)/기어이(○)/기어코(○) 해낼 거예요.”

‘회자’는 날고기(회)를 뜻하는 ‘膾’와 구운 고기를 뜻하는 ‘炙’가 만나 이루어진 한자어로 ‘날고기와 구운 고기’를 뜻합니다. ‘미담이 회자되다, 오랫동안 회자되는 명시’처럼 ‘칭찬을 받으며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뜻할 때 쓰지요. 따라서 ‘비난을 사는 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림’, 또는 ‘떠돎’의 의미로 ‘회자’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의도에 따라 ‘(세간에) 떠돌다’, ‘(남의) 입에 오르내리다’,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그를 믿었기 때문에 그의 일탈 행동은 한동안 회자되었어.(×)

“그를 믿었기 때문에 그의 일탈 행동은 한동안 사람들의 구설에 올랐어.(○)

♠ 알고 보면 쉬운 우리말, 올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검색을 위한 추천 사이트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 이익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를 지냄. 현재 한국어 교사

[데스크 기자 daily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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