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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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44

기사입력 2020.03.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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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에서

                           안미옥

요가학원에 갔다가
숨 쉬는 법을 배웠다

가슴을 끝까지 열면
발밑까지 숨을 채울 수 있다
숨을 작게 작게 쉬다보면
숨이 턱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면
그러면 그게 죽는 거고

나는 평평한 바닥을 짚고 서 있었다

몸을 열면
더 좋은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몸을 연다는 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공중에 떠 있는 새의 호흡이나
물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호흡을 상상해

숨이 턱 밑으로
겨우겨우 내려가는 사람들이 걸어간다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두 눈은 붉은 열매 같고

행진을 한다
다 같이 모여 있다

숨을 편하게 쉬어봐
좀더 몸을 열어봐

나는 무언가 알게 된 사람처럼
유리문을 연다

                                 창비시선 408 『온』 창작과비평사, 2017

11일 식물원카페.jpg▲ 사진 김상균
 

‘입국 제한’, ‘입국 금지’, ‘격리 수용’, ‘열어놓는다’, ‘닫는다’, ‘들어올 수 있다’, ‘못 들어온다’…… 이 표현만 놓고 보면,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의 피해자들이 살기 위하여 유럽 행을 택하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난민’ 관련 언론 보도인 것처럼 보입니다만, 아시는 바와 같이 코로나19 관련 얘기입니다. 하지만 난민 문제가 그랬듯 나라마다 이 모든 걸 결정하는 데 작동되는 것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행하여야 할 큰 도리인 ‘대의(大義)’도,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의원이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여 정치를 담당하는 일을 뜻하는 ‘대의(代議)’도 아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오로지 정치적 손익 계산에 따른 ‘책임 전가’와 ‘혐오 조장’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숨 쉬는 법을 배웠다//가슴을 끝까지 열면/발밑까지 숨을 채울 수 있다/숨을 작게 작게 쉬다보면/숨이 턱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면/그러면 그게 죽는 거고//……/몸을 열면/더 좋은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나는 몸을 연다는 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지구촌’이라 불리는 것처럼 세상 어디든 하루 안에 갈 수도 있고, 인적‧물적 교류가 엄청난 규모로 이뤄지다 보니 공항 폐쇄 정도로는 감염병을 막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모든 나라가 유기체처럼 서로 얽혀있어서 자기 집 대문을 걸어 잠그는 것 같은 효과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오래전 ‘대항해 시대’에도 각 지역의 풍토병이 온 세상에 퍼져나갔는데 지금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Paul de Senneville의 ‘Mariage D'Amour(George Davidson의 연주)’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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