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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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48

기사입력 2020.04.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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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黃日)

                    백  석

한 십리(十里) 더 가면 절간이 있을 듯한 마을이다 낮 기울은 볕이 장글장글하니 따사하다 흙은 젖이 커서 살같이 깨서 아지랑이 낀 속이 안타까운가보다 뒤울안에 복사꽃 핀 집엔 아무나 없나보다 뷔인 집에 꿩이 날어와 다니나보다 울밖 늙은 들매나무에 튀튀새 한불 앉었다 흰구름 따러가며 딱장벌레 잡다가 연둣빛 닢새가 좋아 올라왔나보다 밭머리에도 복사꽃 피였다 새악시도 피였다 새악시 복사꽃이다 복사꽃 새악시다 어데서 송아지 매─ 하고 운다 골갯논드렁에서 미나리 밟고 서서 운다 복사나무 아래 가 흙장난하며 놀지 왜 우노 자개밭둑에 엄지 어데 안 가고 누웠다 아릇동리선가 말 웃는 소리 무서운가 아릇동리 망아지 네 소리 무서울라 담모도리 바윗잔등에 다람쥐 해바라기하다 조은다 토끼잠 한잠 자고 나서 세수한다 흰구름 건넌산으로 가는 길에 복사꽃 바라노라 섰다 다람쥐 건넌산 보고 부르는 푸념이 간지럽다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


                                         고형진 엮음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2007


8일 식물원카페.jpg▲ 사진 김상균
 
연일 맑은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낮엔 볕이 ‘장글장글’합니다. 백석 시인의 시 ‘황일’의 복사꽃 피는 풍경 속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사회적 거리 두기의 현 시국에서는 훌쩍 떠나기도 어렵네요.
“한 십리(十里) 더 가면 절간이 있을 듯한 마을이다 낮 기울은 볕이 장글장글하니 따사하다 …… 뒤울안에 복사꽃 핀 집엔 아무나 없나보다 뷔인 집에 꿩이 날어와 다니나보다 울밖 늙은 들매나무에 튀튀새 한불 앉었다 흰구름 따러가며 딱장벌레 잡다가 연둣빛 닢새가 좋아 올라왔나보다 밭머리에도 복사꽃 피였다 새악시도 피였다 새악시 복사꽃이다 복사꽃 새악시다 …… 담모도리 바윗잔등에 다람쥐 해바라기하다 조은다 토끼잠 한잠 자고 나서 세수한다 흰구름 건넌산으로 가는 길에 복사꽃 바라노라 섰다 다람쥐 건넌산 보고 부르는 푸념이 간지럽다”
비록 식민지의 암울한 현실이 드리워져 있어도, 시인의 마음에는 티티새(지빠귀), 복사꽃, 송아지, 망아지, 다람쥐까지 어우러진 봄날의 볕이 따사롭습니다. 봄이 가기 전에 코로나19를 벗어나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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