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은미 CEO SUITE 대표
한낱 사랑에의 내 쉬임없던 관여와 정을 옮겨
지금은 이 한 포기 어린 꽃나무를
향기롭디 향기롭게 가꾸게 하소서.
아침엔 정결한 햇빛과 향을 잡아주고
밤이면 혼곤한 어린 잠을 지키는
결곡하고 따스한 등불이 되게 하옵소서.
- 김남조 시인의 시 '기도의 문' 중 -
▲ 김은미 대표와 누니 씨 [사진: 김은미]
누니(Nuni)는 고등학교도 못 마치고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손바닥만 한 땅 농사로 생계유지가 힘든 가족들을 위해 일거리를 찾았지만, 어린 그녀를 고용해주는 곳이 없었다. 친지의 소개로 6년 전 우리와 인연이 닿은 그녀는 우리 아들과 동갑이었다. 아들이 학교를 다니며 신나게 인생을 즐기고 있을 때 그녀는 우리 시엄마 시중을 들었다. 늘 방실방실 웃는 그녀가 눈에 밟혔다. 2년 후 넉넉히 돈을 챙겨 시골집으로 돌려보냈다. "장녀 노릇 이 정도로 충분하니 이제 돌아가서 고등학교를 마쳐야지. 네가 원하면 대학도 보내줄 테니 열심히 공부하거라."
일 년 후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가족들을 더 도와야 한다며. 그리고 공부보다 시집갈 준비를 하고 싶다 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를 다시 받았다. 다른 곳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우리 집에서 잔심부름하는 것이 나을 듯했다. 다시 3년 월급을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바친 후 그녀는 이웃집 총각에게 시집을 갔다. 대학 등록금 대신 그녀의 결혼 비용을 내주었고, 그녀는 울면서 우리를 떠나갔다. 가끔 우리 집이 그립다며 카톡이 온다. 나도 병아리 같은 그녀가 보고 싶다.
▲ 누니 씨 부부 [사진: 김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