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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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54

기사입력 2020.06.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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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고목

                           티엔 위안(田原)

봄기운 속에 나무는 모두 초록으로 변했다
고목은 아직 겨울에 머무는 듯하다

나는 언제나 봄 속을 산책한다
어김없이 무의식적으로 고목 가까이에 다가가
그 아래 선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은 상쾌한 푸른색을 띠었다

어느 날 집 안에 앉아
무심코 밖으로 눈을 돌리면
시선은 곧바로
고목의 가지 쪽에 떨어지리라

내가 관찰하던 새
그들은 고목 밖으로 날아오르기도 하지만
분명 다시 돌아와서
그곳에 머물러 살아가리라

나무에게는 피도 호흡도 없을지 모른다
뿌리는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지금 썩어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허나 바람만 불어준다면
왁자지껄한 선율을 만들어 내리라

고목은 일 년 사계절 같은 색채
고목은 일 년 사계절 어떠한 말도 없다
비바람 속에서 명암 속에서
어떠한 장식도 하지 않은 채

봄의 나뭇잎이 온통 덮어 시야를 가리는 동안이
고목에게는 유일하게 진실한 풍경이다
고목
생명의 깃발

                                   한성례 옮김 『돌의 기억』 자음과모음, 2011


식물카페.jpg▲ 사진 김상균
 
“봄기운 속에 나무는 모두 초록으로 변했다/고목은 아직 겨울에 머무는 듯하다//……//고목은 일 년 사계절 같은 색채/고목은 일 년 사계절 어떠한 말도 없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우리는 ‘아직 겨울에 머무는 듯’합니다. ‘나무는 모두 초록으로 변했’는데, 지난 겨울 우리가 했던 것처럼 여전히 마스크를 껴야 하고, 소독과 거리두기에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처럼 지금이 꿈인가요? 아니면 작년까지 우리가 겪었던 모든 것이 꿈인가요?

조속히 코로나19가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Debussy의 ‘Arabesque No.1 and No.2’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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