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자가격리 14일의 기록과 단상들/이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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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14일의 기록과 단상들/이혜자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20.07.3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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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이혜자 푸드코디네이터 

인천공항 아침 7시 도착, 텅 빈 활주로와 텅 빈 공항, 위생복을 입은 수 많은 군인들. 코로나가 바꾼 풍경은 우리가 지금 팬데믹의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입국장에서는 군인들이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검역과 핸드폰에 자가격리 앱을 설치 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건강검진표와 앱을 확인하면 입국심사가 통과된다. 방역 택시를 타고 지역보건소로 이동. 긴 면봉 같은 것으로 입안과 코안 점막에서 검체를채취하는 방식이다. 보건소에서 대형쓰레기봉투와 마스크, 소독제를 나누어 주었다. 다음날 나온다는 검사 결과가 오후가 되어 '음성'으로 판정되었다고 문자가 왔고 담당 공무원의 전화도 받았다. 자가격리 동안 중요한 일정은 매일 낮12시를 기준으로 오전, 오후 하루에 두 번 체온과 건강 상태를 확인해서 앱에 올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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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주간의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자가격리'란 정해진 공간을 벗어나지 않고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럴때일수록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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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잠시 멈춘 일상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Day 2
자가격리 기간 동안 그동안 바쁘게 지냈던 나를 잘 쉬게 해주기로 했다. 
삶의 속도를 유지하고 일상에서의 루틴을 지키는 일은 일상을 지탱하는 힘을 준다.

#Day 3
교보에서 주문한 책들이 도착했다. 책을 읽고 차 한 잔을 마시면서 공부하고 음악을 듣는 시간은 온전히 내 세상 같았다.

#Day 4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하려고 한다. 몸의 움직임은 갇혀 있는 감정과 긴장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의식적 움직임'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얻는다.

#Day 5
남편과 떨어져 있는 동안 최대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주방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혼자 있지만,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다. 매일 올바른 것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Day 6
“힘들어” 말하려다 조금 더 신중하게 쓰고 싶었다. 정말로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Week 1
자가격리 1주차가 되면서 '코로나블루'라는 우울감이 찾아왔다. 단조로운 일상과 수백 명씩 늘어나는 자카르타의 확진자 수와 그곳에 혼자 남겨진 남편 생각에 마음이 아파졌다. "당신 생각은 어때?" "행복해?" 매일 물어보던 남편의 물음들이 오늘 몹시도 그리웠다. 마음으로 기도하는 밤이다.

#Day 8
날씨가 흐리고 몸도 무겁다. 오늘도 창밖을 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마음은 안 그런데 몸이 그런지, 최강의 달콤한 맛이 필요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다 먹고 나니 기분도 다시 좋아지고 마음도 너그러워지는 기분이다.

#Day 9
이제는 이 집의 공간과 여름과 친구가 되었다. 지금은 집의 배려를 받는 시간. "바람이 솔솔 불어와요".

#Day 10
새벽2시, 오후에 마신 커피 때문인지 잠이 안 온다. 굳이 자려고 애쓰지 않는다. 스탠드 등을 켜고 책을 읽는다. 내일도 온전한 나만의 하루가 기다리고 있으니.

#Day 11
딸과 통화를 하다. "엄마 이제 며칠 남지 않았어요. 금방 시간이 다 지나갔네", 딸의 시간은 또 다르게 흘러가나 보다.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날.

#Day 12
따뜻한 차 한잔이면 되었다. 나를 위로하는 일에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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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3
깜빡깜빡하다가 꾸벅 꾸벅하다가 하루가 다 간 날. 별 볼 일 없는 일들로 가득한 오늘 하루의 마무리는 밤하늘 별 보기.

#Day 14
반가운 여름비가 내린다. 창문 밖에 여름이 있다. 내일이면 자가격리도 끝이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다. 평온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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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안락했으나 조금은 외롭고 지루했던 자가격리를 끝내고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희생과 수고로 나의 평범한 일상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 수많은 미래학자는  코로나가 인류 문명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하고, 다시 일상의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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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덕분에 ,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
"힘차게 코로나를 극복하고 세계가 더 건강해지고 환해 지기를 응원합니다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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