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자카르타 티타임2]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운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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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티타임2]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운 벽

기사입력 2020.08.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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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코로나시대 공항.jpg▲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제주 공항에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다. 2020.9.9 [사진: 데일리인도네시아]
 

글: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벽이 생겼다. 아주 높은 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졌다. 멀리서 사람이 오면 먼저 거리를 두게 된다. 식당에 가서도 환기가 잘 되는 입구 자리나 사람이 없는 쪽을 찾게 된다. 친구와 만나려 해도 괜히 외출했다가 친구에게 문제가 생기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카톡만 한다. 외국인으로 살다 보니 낯설어 하는 시선에 익숙해 있음에도, 올 초에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후에는 지나갈 때 쳐다보거나 경계하는 시선이 더 불편하게 다가온다. 

서울-부산보다 더 쉽던 서울-자카르타를 오가는 일이 부담스러워졌다. 항공편이 줄어서 일정을 맞추기 어렵지만 정기편이 유지되고 비자가 있으면 출입국이 가능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자가격리 14일 때문에 어디서든 1개월 이상 머물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움직일 수 있다. 중국 같은 일부 국가는 항공편이 중단됐거나 외국인 입국을 제한해서 갈 수 없고, 유럽국가들도 항공편이 크게 줄어서 서너번을 갈아타고 시간이 안 맞으면 환승하는 도시에서 숙박을 하며 어렵게 이동한다고 했다.  

주변에 기침하는 사람이 있으면 화들짝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도 나에 대해 마찬가지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알레르기성 기침을 해서, 밖에서는 겉절이와 매운 찜 같은 음식을 잘 안 먹게 됐다. 공기가 나쁜 곳에 가도 기침이 나서, 기억 속에 기침을 했던 곳이면 약속을 잡을 때 꺼리게 된다. 먼지와 건조함 때문에 자동차나 비행기를 탈 때 마스크를 했는데, 이제는 집밖에서는 마스크를 옷처럼 착용한다. 그리고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다가오면 겁이 난다. 

자카르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올 2월에 한 지인은 쇼핑몰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반대편에서 내려오던 현지인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Orang Korea!(한국인이다!)’라고 소리쳐서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며칠 전 소셜미디어에 서울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승객이 마스크를 안 쓰고 앉아 있던 다른 승객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요구하며 폭행하는 장면이 올라왔다. 서울에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또 다른 지인은 지하철을 타는 게 꺼려진다고 했다. 대구 신천지, 이태원 클럽, 서울 사랑제일교회 등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청년에서 노인으로 또 일부 종교의 신자들로 반감이 확산되는 모양새이다. 나와 다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을 증오하고 배척하던 흐름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강해지는 만큼,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균형을 찾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불확실성 또는 예측불가능은 코로나19가 가져온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여행 등의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다. 각국이 내외국인의 이동을 제한하고, 확진자가 나오면 건물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면서 행사는 수시로 취소되고 이민국 업무도 중단돼 비자발급까지 꼬인 사람들이 여럿이다. 가족여행은 취소됐고, 필자의 가족만 아니라 지인들도 자녀의 결혼식을 연기하면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더 변화무쌍하다. 다른 국가들은 감염자 수가 꾸준히 낮거나 꾸준히 높아서 나쁜 쪽으로 든 좋은 쪽으로 든 상황이 일정하지만, 한국은 중국에 이어 코로나19 진원지처럼 보일 정도로 감염이 확산되다가 감소해서 방역모범국이 됐다. 하지만 최근 다시 우려할 수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했고, 이런 상황 변화에 따라 환율과 주가가 널뛰기를 하고 각종 일정이 수시로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있다. 미래의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상태이다. 

코로나19 이후 생활도 바뀌었다. 온라인 활동을 무서워하던 나도 온라인쇼핑을 하게 됐고, 온라인 강의와 웨비나도 참여하게 됐다. 이제는 외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강의와 웨비나가 편하게 느껴진다. 물론 뭔가 답답한 부분도 있다. 디지털화 속도에 대해 한국은 2023년쯤 구현되어야 할 디지털 기술들이 코로나19로 인해 3년이나 앞선 2020년에 구현되고 있고, 지금 같은 비대면 상황이 계속되면 디지털화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활동 반경이 좁아지고 만나는 사람도 줄었지만, 변화는 더 커지고 빨라졌다. 극장도 공연장도 가지 않고 여행도 가지 않게 됐고, 가까운 이웃이나 반드시 일 때문에 만나야 하는 사람들 외에는 만나는 약속을 잡지 않는다. 보이는 또는 드러나는 생활은 위축됐고 생각이 편협해지는 것 같다. 한편으로 보이지 않은 변화는 예측이 안 되어서 두렵다. 인도네시아만이 아니라 베트남 심지어 미국에서도 사업이나 유학을 중단하고 귀국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해외에서 일단 멈춤 상태로 향후 변화를 주시하며 활동을 재개할 시기를 가늠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면 우리는 이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단군신화의 곰처럼 100일 격리를 마치고 나오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이 되어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차별과 학살의 상징인 ‘나치’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보고 경험하지 못한 채 과장되거나 왜곡된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메시지에 익숙해지면 더 편협하고 맹목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지? 타인에 대한 경계와 혐오가 더 심해지고, 디지털로 이행한 사람과 오프라인에 남아 있는 사람 사이의 차이는 더 커지고 빈부 격차도 더 심해질 것 같다. 코로나19가 쌓고 있는 벽이 너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코로나19가 쌓은 벽을 허물고 혐오와 차별이 없는 세상을 향해 노력해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 당장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할 수 있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 방역지침을 잘 지켜는 것부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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