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67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67

기사입력 2020.10.14 06:2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엽서집니다.
도로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1939.9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정음사, 1955

식물원카페.jpg
사진 김상균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란 용어가 있습니다.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으로,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는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합니다. 2000년 안팎을 인류세의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온 현상, 생태계 침범으로 인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모두가 인류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 하겠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팬데믹 시대 우리 인간의 ‘자화상’으로 바꿔 생각해 봅니다. ‘그 사나이(인류세를 낳은 우리)가 미워져’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엽서’지고,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지는…… 모순된 감정.
하지만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이하이•정승환의 ‘한숨’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