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는 필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거닐 던 고향 언덕을 그리워하셨어요.”
“어스름 새벽에 장독대 위에 정한수를 떠 놓고 가족의 건강을 비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해요.”
“고향에 가서 ‘전국~ 노래자랑!’ 한번 외쳐보는 게 소원입니다.”
지난 2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영화 ‘송해 1927’ 관객과의 대화에서, 94세 고령의 나이에도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는 MC 송해 선생이 한 말입니다. 송해 선생은 고향인 황해도 재령에 대한 그리움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드러내곤 했지요. “전국노래자랑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송해 선생의 목소리가 고향 땅 재령에서 힘차게 울려 퍼지기를 우리 모두 고대합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인사말에 ‘가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모 언론사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이 세상 제일 부자가 사람 많이 아는 송해라고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말했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게 가족”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송해 선생을 통해 기쁨과 아픔을 함께한 또는 함께할 소중한 존재로서의 가족과 고향을 떠올려보는 아침입니다.
오류를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필 늴리리 보리피리 불며 거닐 던 고향 언덕을 그리워 하셨어요.”
“어스름 새벽에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가족의 건강을 비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해요.”
닐리리 × ⇒ 늴리리 ○
정한수 × ⇒ 정화수 ○
‘퉁소, 나발, 피리 따위 관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소리’는 ‘늴리리’로 쓰고 [닐리리]로 발음합니다. ‘닐리리’로 표기하는 것은 발음 때문이지요. 경기민요의 하나인 ‘늴리리야’를 ‘닐리리야’로, 가요 '늴리리 맘보'를 ‘닐리리 맘보’로 잘못 표기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걷기운동 확산을 위해 진행하는 ‘닐리리(×)/늴리리(○) 만보’ 걷기운동에 참여해요.”
이른 새벽에 길은 맑고 정결한 우물물을 일컫는 말은 ‘정화수’입니다. 이 정화수는 부뚜막이나 장독대에 떠 놓고 부엌을 관장하는 신인 조왕에게 가족의 평안을 빌 때, 또는 약을 달일 때 사용되었지요. 이런 점에서 ‘정화수’는 맑은 마음과 지극한 정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화수’를 ‘정한수’ 또는 ‘정안수’로 쓰기도 하는데 표준어가 아닙니다.
“정안수(×)/정한수(×)/정화수(○)를 떠 놓고 비는 마음으로 하루 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를 우리 모두 고대하고 있어요.”
♠ 알고 보면 쉬운 우리말, 올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검색을 위한 추천 사이트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 이익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를 지냄. 현재 한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