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밤
황동규
누가 와서 나를 부른다면
내 보여주리라
저 얼은 들판 위에 내리는 달빛을
얼은 들판을 걸어가는 한 그림자를
지금까지 내 생각해 온 것은 모두 무엇인가
친구 몇몇 친구 몇몇 그들에게는
이제 내 것 가운데 그 중 외로움이 아닌 길을
보여주게 되리
오랫동안 네 여며온 고의춤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두 팔 들고 얼음을 밟으며
갑자기 구름 개인 들판을 걸어갈 때
헐벗은 옷 가득히 받는 달빛 달빛.
黃東奎詩選 『熱河日記』 知識産業社, 1982
“누가 와서 나를 부른다면/내 보여주리라/저 얼은 들판 위에 내리는 달빛을/얼은 들판을 걸어가는 한 그림자를”
며칠 전 독서를 하다가 누리집을 뒤적이는데 뜬금없이 ‘비로 만들어진 고기 그물? 도통 모르겠습니다.’란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글을 올린 후배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나도 그러던 중이었는데 말입니다. (‘비로 만들어진 고기 그물’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우리 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나온 성근 표현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른 번역에는 '빗줄기로 짜인 그물'로, 또 다른 책에선 ‘빗발의 가는 그물’로 각기 달리 번역되어있습니다)
요즘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새로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 생각해 온 것은 모두 무엇인가’ 그리하여 ‘오랫동안 네 여며온 고의춤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싱어게인 20호 가수, 이정권의 ‘이름에게’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