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인도네시아 네 번의 설과 변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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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인도네시아 네 번의 설과 변하는 풍경

기사입력 2021.01.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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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네 번의 설과 변하는 풍경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 한인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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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임렉)을 앞둔 2020년 1월 18일 자카르타 남부 뽄독인다몰에서 사자춤 공연이 열리고 있다. 그해 임렉은 1월 25일이었다. [사진=데일리인도네시아]

 

2021년은 신축년 '소의 해'이다. 신축년을 상징하는 '흰 소'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왔다. ‘소의 해’의 시작인 음력설(임렉, Imlek)이 성큼 다가왔다. 임렉을 앞둔 한 달 전부터 자카르타 차이나타운 내 글로독 전통시장은 중국풍 전등과 전통의상 치파오, 세뱃돈 봉투 앙빠오 등이 진열대에 빼곡히 늘어서며 온통 붉은색과 금색으로 물들고, 봄기운을 가득 품은 귤나무와 갯버들(버들강아지) 가지를 사는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한산하다. 현지 상인들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매출이 반토막 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자카르타에 새로운 생활 공간으로 자리잡은 현대식 쇼핑몰도 사정은 비슷하다. 예년 같으면 음력설 대목을 맞아 꽁시파차이(恭喜發財, 부자되세요)라는 신년인사 현수막을 곳곳에 걸어 놓고 화려한 장식으로 고객을 유혹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장식도 간소하고 손님의 발길이 뜸하다. 더욱이 절반 정도의 매장이 문을 닫아 을씨년스럽고 우울한 분위기다. 2020년 성탄절과 연말에도 코로나19 여파로 주민들은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이나 귀성길에 오른 주민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5월에 도래했던 연중 최대 이슬람 명절인 이둘피트리(르바란)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귀성행렬이 예년같이 이어지지 않고 차분하게 지나갔다.

 

2020년 3월부터 1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도네시아의 설 풍경을 바꾸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인도네시아 설 풍경은 어땠을까? 인도네시아는 어떤 설을 쇨까? 

 

인도네시아에서는 양력설, 발리 힌두신년, 이슬람 신년 및 음력설 등 네 번의 설을 쇤다. 2000년대 이전까지 인도네시아에서는 종교적 화합을 위해 개별종교 활동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전통문화를 관광상품으로 부각시키는 경향과 인도네시아에서 각 종교계가 포교활동을 강화하는 움직임, 그리고 이를 이벤트로 활용하는 상업적 마케팅까지 가세해 각 종교의 새해가 큰 행사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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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임렉)을 앞둔 지난 1월 28일 자카르타 남부 지역에 있는 뻐자뗀 빌리지 몰에 방문객이 없어 한가하다. [사진=데일리인도네시아]

 

양력설은 양력 1월 1일로 실질적인 새해로 모든 업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날이다. 종교축제라기 보다는 성탄절과 연말연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세속적인 행사가 주를 이루는 연중 첫 번째 설이다. 

 

두 번째 설인 음력설은 임렉이라 불리며, 중국인들의 설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로 유교와 불교를 믿는 중국인과 베트남, 한국인 등 동아시아계 사람들이 주로 임렉을 쇤다. 올해 임렉은 양력 2월 12일이다.

 

1965년 공산 쿠데타를 진압한 수하르토 장군은 1967년 대통령의 권좌에 오른 후 쿠데타의 배후 세력으로 화교들을 지목하고 임렉을 포함해 중국 종교와 문화, 언어, 교육 등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임렉은 인도네시아 공휴일에서 제외됐고 중국 전통문화의 맥은 끊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32년간 철권 통치를 벌였던 수하르토 대통령이 1998년 민주화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다원주의를 주창한 압두라흐만 와힛 제4대 대통령이 국민 대화합을 위해 중국 문화 억압정책을 폐지했고, 제5대 대통령인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 대통령은 2003년부터 임렉을 국가공휴일로 지정했다.

 

세 번째 설인 녀삐(Nyepi)는 힌두교 사카 달력의 새해 첫 날이다. 힌두력으로 춘분이 있는 달에 첫 달이 뜨는 날을 녀삐로 정하며 올해는 양력 3월 14일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힌두교인들은 자기 정화와 내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불을 끄거나 일을 하지 않고 외출이나 여행도 자제하는 등 집안에 머물며 행동을 엄격하게 절제한다. 발리에서는 이날 24시간 동안 외출이 금지되고, 교통수단도 두절되며, 항공기의 이착륙도 중단된다. 다만 세계적인 관광지임을 고려해 호텔과 같은 허가된 지역에서는 불을 켜고 일상활동을 할 수 있으나, 타종교인들도 힌두교인들을 존중해 소란스러운 행위를 자제한다.

 

네 번째 설은 히즈라(Hajriya, 거룩한 도피)라고 부르는 이슬람 새해로 올해는 양력 8월 10일이다. 이슬람 예언자 모하마드가 메카 기득권층의 압박에 밀려 메디나로 이주하게 되는데, 히즈라가 일어난 서기 622년 7월 16일이 이슬람 원년의 시작일이다. 이슬람력은 1년이 354일로, 무하람(Muharram) 달의 시작과 양력 날짜가 매년 10~11일씩 당겨진다. 이슬람 새해에는 특별한 음식이나 풍속은 없고 전날 사원에서 무하람 예배를 드리고, 당일에도 코란을 독송하거나 기도를 올리는 정도로 간소하다. 무하람은 ‘성스럽다’는 의미이며, 이슬람력의 첫 번째 달로 이슬람권에는 한 달 동안 싸움이나 전쟁을 금한다.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85% 이상이 무슬림이지만, 온건 성향의 이슬람국가로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슬람교 외에 개신교, 천주교, 발리 힌두교, 불교 및 유교를 공식 종교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각 종교의 축일이자 새해 첫 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타종교인도 함께 즐길 수 있게 했다. 방대한 군도를 통일하면서 단일 언어를 채택한 대신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한 결과다. 

 

 

지난 20여 년 간 인도네시아 경제가 성장하고 개혁시대를 거치면서 네 번의 설은 큰 축제가 됐다. 쇼핑몰은 각 종교의 설과 관련된 강력한 색으로 물들었고 진열대에는 상품이 가득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설 연휴를 이용해 가족이 있는 고향을 방문하거나 해외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런 풍경을 바꾸었다. 중간중간에 문 닫은 상점과 장식 없는 썰렁한 상점 그리고 해외여행을 물론 국내 여행조차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설은 내 집에서 나와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19가 바꾼 설 풍경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가족들은 설에 다시 모일 수 있을까? 우리는 다시 손을 맞잡고 뺨을 맞대고 인사할 수 있을까? 국내외 요인으로 인해 2000년대를 전후로 설 풍경이 크게 바뀌었다. 그리고 2020년을 기점으로 설 풍경이 다시 한번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네 번의 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사람들은 각자의 설을 기념하고 즐기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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