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몰틀알틀] 채신없다,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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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틀알틀] 채신없다, 도루묵

몰라서 틀리고 알고도 틀리는 생활 속 우리말_162
기사입력 2021.04.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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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틀알틀.jpg

 

 “알아서들 잘 할 거예요. 체신없게 괜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저리하다가는 애써 한 일이 말짱 도로묵이 될 게 뻔한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어요.”

 

 “저는 덤으로 산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아주 오래 전, 공동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던 지인의 말에 크게 공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편안하게 누리는 많은 것들이 누군가의 불편과 수고와 희생의 결과라는 것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덤으로 산다는 것은 혜택을 거저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감사할 일이지요. 하지만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많은 과제들과 마주하고 살아갑니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러할 테지요. 중요한 것은 세상은, 덤으로 살아가는 삶에 의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워하는 양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동하는 양심에 의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해 간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알면서도 많은 문제들 앞에서 여전히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나를 마주할 때가 많습니다. 덤이 아닌 주체로서 살아가려면, 내 삶을 온전히 누리려면, 스스로 당당하고 떳떳해져야겠습니다.

 

 오류를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알아서들 잘 할 거예요. 채신없게 괜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저리하다가는 애써 한 일이 말짱 도루묵이 될 게 뻔한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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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틀알틀.png

 

 ‘말이나 행동이 경솔하여 위엄이나 신망이 없다’를 뜻하고자 할 때 ‘채신없다’라고 합니다. 이때 ‘채신’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을 이르는 ‘처신(處身)’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처신없다’와 같이 쓰기도 합니다. ‘채신없다’를 속되게 표현하여 ‘채신머리없다’라고 하고 ‘몸가짐을 잘못하여 꼴이 몹시 언짢다’를 ‘채신(처신)사납다’라고 하지요. 이 때 ‘채신’이나 ‘처신’을 ‘체신’으로, 즉 ‘체신없다, 체신머리없다, 체신사납다’ 등으로 쓰는 것은 오류입니다. 

 “채신없이(○)/처신없이(○)/체신없이(×) 소리 지르지 말고 조용조용 타일러요.”

 

 ‘아무 소득이 없는 헛된 일이나 헛수고’를 속되게 표현하여 ‘말짱 도루묵’이라고 하지요. 여기서 ‘도루묵’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감’을 뜻합니다. ‘본래 상태대로’를 뜻하는 ‘도로’와 생선의 이름인 ‘묵’이 만나 ‘도로묵’이 되었고 편하게 발음하려는 언중들에 의해 ‘도루묵’으로 쓰이게 되었지요. 참고로, ‘묵’이라는 생선이 ‘도루묵’이 되고 ‘본래의 상태로 돌아감’을 뜻하게 된 것은 선조가 피란길에서 먹은 생선 ‘묵’을 맛있다며 ‘은어’라고 명명했다가 다시 궁궐로 돌아왔을 때 피란길에 먹은 은어 맛이 생각나서 다시 찾게 되었는데, 당연히 그 맛이 날 리가 없었겠지요. “도로 묵이라 불러라‘라고 명한 데서 유래하였다고 하네요.

 “그동안의 노력이 말짱 도로묵(×)/도루묵(○)이 되는 일은 없었어.”

 

 ♠ 알고 보면 쉬운 우리말, 올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검색을 위한 추천 사이트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이익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를 지냄. 현재 한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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