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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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91

기사입력 2021.04.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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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 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식물원카페.jpg
사진 김상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공기방울 글씨//엄마,/아빠,/사랑해!//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천형(天刑)처럼, 원죄(原罪)처럼 다가오는 4월입니다. T. S. Eliot의 시 ‘황무지’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키우지/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뒤섞지/추억과 욕정을, 일으키지/봄비가 잠든 뿌리를/……(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Memory and desire, stirring/Dull roots with spring rain.……)”(번역 김상균)이라고 했지요. 70년대 학번인 저는 그 시절 T. S. Eliot의 ‘Wasteland’와 Deep Purple의 ‘April’에 감명을 느끼곤 했었습니다.(그런데 놀랍게도 Eliot의 시와 마찬가지로 Deep Purple의 April 가사도 ‘April is a cruel time’입니다.)

 4월이 오면 이유는 모르지만 비감(悲感)에 젖곤 했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2014년 4월 16일 그날, 그 비극을 맞으면서 그 막연한 감정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가 생(生)으로 다가왔습니다. 너무도 아픈, 무엇으로도 치유가 될 수 없는, 4월입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Deep Purple의 ‘April’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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