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팬데믹 속 두번째 맞는 라마단과 한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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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팬데믹 속 두번째 맞는 라마단과 한인사회

기사입력 2021.04.3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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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기간 중 스타벅스 매장에 커튼을 쳐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아 대표 / 한인뉴스 논설위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두 번째 라마단을 맞았다. 1년 전 이맘 때를 돌이켜보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지만 병증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고 치료약과 백신도 기약하기 어려운 막막한 상황이었다. 자카르타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 준봉쇄에 해당하는 대규모 사회적 제약(PSBB)이 시행되고 항공편도 끊겼다. 유일하면서도 효과적인 수단은 마스크뿐이었다. 갑자기 수요가 급증하자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국에 다녀오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선물했고, 한인회도 한인들에게 의료수술용 마스크를 무상으로 배포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팬데믹 속에서 맞이하는 이슬람 금식월 라마단과 이슬람 최대 명절인 르바란(이둘피트리)을 앞두고 ‘끄살(kesal)’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인도네시아어인 끄살은 ‘화난다 또는 실망스럽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귀성을 금지한터라 고향에 가지 못하고 무덤덤한 명절 연휴를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 라마단의 차이에 대해 묻자, 인도네시아인 지인은 “그나마 올해 라마단에는 작년에 금지했던 저녁 기도회인 따라위(tarawih)를 할 수 있고, 고향에 못가지만 영상을 통해 가족 친지와 명절인사를 나눌 수 있어 다행이다”라며 인도네시아 사람 특유의 낙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인도네시아인 지인의 낙천적인 답변처럼 최근 자카르타 거리는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교통체증도 보이고 일부 커피숍이나 식당에도 사람들이 붐빈다고 한다. 다른 한편에선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도 보인다. 오토바이를 훔쳐가거나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떼어가고, 화물트럭의 일부 배송품이 분실되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실직자가 증가하고 살기 어려워진 결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는 의식주 등 우리의 모든 일상을 변화시켰고 새로운 질서가 재편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열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한인들은 가사노동자와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직접 가사일과 운전을 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휴식 공간이었던 집이 이젠 업무도 처리하는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공간이 됐다.


1년 이상 이어지는 팬데믹은 필자의 생활도 바꾸었다. 거리와 시간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던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고 화상회의도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글쓰기 모임도 하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 대신 줌(zoom)을 켜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각자 자기집에서 음료와 스낵을 먹는 줌파티도 해보았다. 집에서 카메라를 켜다보니 생활공간이 노출되는 부담도 있지만, 웃옷만 제대로 차려 입고 영상회의에 참여하는 편안함도 있다. 


그럼에도 뭔가 부족하다. 직접 얼굴을 보면서 말하고 듣고, 표정을 읽고 읽히고, 뉘앙스를 이해하고, 분위기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느낀다. 손을 맞잡고 체온을 느끼고 마주 앉아 침 튀기며 얘기 날이 다시 올까? 우리는 얼마만큼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끝나도 우리의 일상은 온전히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팬데믹 속에서 개인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사회도 한인사회도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의회는 외국인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옴니버스법(일명 고용창출법)을 만들었지만 실제 시행 속도나 개혁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팬데믹으로 디지털화와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산업현장이 바뀌고 일자리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이런 변화로 중소상공인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일부 한국인들은 사업을 접고 귀국하고 있다. 당분간 한인사회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한국은 자가격리 2주일, 인도네시아는 호텔 격리 5일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많은 한인들이 기꺼이 고국을 방문해서 비즈니스와 집안 대소사를 처리하고 건강검진도 받는다. 수년 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전염병 창궐을 예견해 '팬데믹 예언자'로 통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최근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빌 게이츠는 올해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 기세가 꺾여 2022년 팬데믹이 종식될 것으로 예견했다. 빌 게이츠의 전망대로라면 우리는 팬데믹 속 세번째 라마단과 르바란을 보낼 수도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 오는 5월 5일부터 '2주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스마트폰에 긴급재난문자 신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출산, 결혼, 부고도 들린다. 그렇게 삶은 계속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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