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라고 하니까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저를 치떠보시더니 북한으로 가라고 삿대질까지 하셨어요.”
“그분, 저한테는 개성공단이 재개될 거라고 헛물키지 말라고 하셨던 분이세요. 마음 쓰지 마세요.”
“가족에게 돌아가는 게 죄가 될 수 있냐.”며, 집에 좀 보내 달라고, 11년째 평양 시민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평양 아줌마 김련희 씨(52세)는 오늘도 이렇게 호소합니다. 일곱 살짜리 여자아이 앨리스가 토끼굴을 타고 떨어져서 도착한 이상한 나라만큼이나 이상한 나라에서 상상이 아닌 실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나라,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한반도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 하나에 자유를 저당 잡힌 채 우리의 의식은 반도국이 아닌 섬나라 국민으로서 제한된 삶을 강요당해 왔습니다. 이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진실을 왜곡하거나, 진실을 말하거나 물을 자유조차 억압당한 채 우리 스스로 이를 묵인하고 2세대를 넘어 3세대에까지 대물림하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의 국민인 듯합니다. 코로나 대유행 국면에서도 UNCTAD 최초 만장일치로 선진국 지위로 격상될 만큼 경제는 물론 문화, 사회 제도, 국민 의식 수준 등 많은 측면에서 세계는 우리를 인정했지만 선진국으로서 합당한 모습을 갖추려면 종전부터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류를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탈북자라고 하니까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저를 칩떠보시더니 북한으로 가라고 삿대질까지 하셨어요.”
“그분, 저한테는 개성공단이 재개될 거라고 헛물켜지 말라고 하셨던 분이세요. 마음 쓰지 마세요.”
‘눈을 치뜨고 노려보다’를 뜻하는 말은 ‘칩떠보다’입니다. ‘볍씨, 멥쌀, 내립떠보다, 부릅뜨다, 휩싸다, 휩쓸다’ 등과 같이 두 말이 어울려 하나의 단어를 형성할 때 ‘ㅂ’ 소리의 흔적이 남아서 [ㅂ]이 덧나는 것은 소리 나는 대로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치뜨다’는 ‘눈을 위쪽으로 뜨다’, ‘치켜뜨다’는 ‘눈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뜨다’로서 ‘칩떠보다’와는 의미 차이가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화가 난 고객이 직원을 한참 동안 치떠보고(×)/칩떠보고(○) 내리떠보더니(×)/내립떠보더니(○) 그래도 화가 덜 풀렸는지 소리를 질렀어요.”
‘애쓴 보람 없이 헛일로 되다’를 뜻하는 말은 ‘헛물켜다’입니다. 여기서 ‘헛물’은 ‘꼭 될 것이라고 믿고 애쓴 보람 없이 헛일로 돌아간 것’을 뜻하고, ‘켜다’는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들이마시다’, ‘갈증이 나서 물을 자꾸 마시다’를 뜻하지요. ‘헛물키다’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참고로 ‘기지개를 키다, 불을 키다,’ 등도 ‘기지개를 켜다, 불을 켜다’로 써야 맞습니다.
“멋모르고 헛소문에 헛물켜던(○)/헛물키던(×) 사람들만 낭패를 보게 생겼어요.”
♠ 알고 보면 쉬운 우리말, 올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검색을 위한 추천 사이트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이익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를 지냄. 현재 한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