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 변화와 공존의 길목에 선 한인사회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대표 / 한인뉴스 논설위원
가끔씩 다니는 동네가게 주인의 마스크 벗은 전체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랐다. “아저씨가 저렇게 생기셨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지인의 마스크 쓴 모습을 알아보지 못해 결례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는 팬데믹이 끝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미크론 변이가 불현듯 나타나 전 세계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온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2년이란 시간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긴 시간이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이 익숙해졌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온라인 비대면 생활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줬고 소셜미디어(SNS)를 더 많이 쓰게 했다. 한편으론 코로나-19는 소홀히 해온 환경문제가 인간의 생존에 치명적이라는 것과 자연과 교감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일깨워줬다.
코로나-19 종식은 요원해 보이지만, 앞으로 또 다른 변이바이러스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에 대응할 백신은 진화할 것이고, 인류의 단계적 일상회복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 2년간 사람들은 만남이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고립감과 외로움,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혼자 있어도 되고 심지어 혼자 있음을 즐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한인사회는 어떤 변화를 겪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인도네시아 한인단체의 활동은 거의 멈췄다. 문화예술 활동은 거의 중단됐고 심지어 종교행사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거나 소수의 신도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한적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코로나-19 위기상황 속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인 곳은 한인회와 대사관이었다. 2020년 3월 청천벽력 같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된 직후, 한인들이 마스크조차 구입하기 힘든 상황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한인회는 발빠르게 한인기업이 생산하는 마스크를 확보해 무료로 배포했고, 현지 주요 종합병원과 업무협약을 맺어 치료를 지원했다. 지난 6월부터 인도네시아 2차 팬데믹이 시작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고 한인 확진자도 급증하면서 위중증환자가 속출하자, 한인회와 대사관은 신속하게 확진자가 한국으로 이송되도록 전세기를 연결해주고 위중증환자는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해 고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왔다. 한인사회와 한인기업들도 의료용 산소, 산소호흡기, 약품, 비상키트, 비상식량 등을 나누는 등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팬데믹 기간에 한인사회 활동이 거의 멈췄고, 고국으로 거처를 옮긴 한인들도 증가하면서 한식당을 비롯한 한인업소들이 위축됐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회의나 세미나를 진행하는 웨비나 활동이 활발해졌고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지 한인사회와 고국과의 소통은 더욱 활발해졌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이동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이전에 섬나라 인도네시아의 한인 대부분은 또다른 섬에 살았다고 볼 수 있다. 많은 한인들은 한인공동체를 이루고 교류하면서 한식당 등 한인 업소를 주로 이용해왔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한인들은 자가운전을 선호하고 가정에 가사노동자 고용을 줄이는 추세인 만큼 차량호출서비스와 전자상거래를 통한 앱기반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됐다. 현지인들과 비즈니스는 물론 다양한 사회활동도 활발해져 현지 사회에 좀더 동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인들도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과 식품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현대자동차 완성차공장,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셀 합작공장 및 롯데케미칼 등 한국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대인도네시아 투자가 기술과 자본집약 산업으로 이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인력의 고용은 과거 신발과 봉제 등과 같은 노동집약적인 산업과 비교해 크지 않아 한인사회는 양적인 면에서는 다소 축소될 전망이다. 또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왠만한 업무는 웨비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만큼 현지 출장 등 유동 인구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한인회는 긴급사태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역량을 보여주었고, 인도네시아 한인사회는 한인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과거 한인사회는 한인기업, 종교단체, 사회문화단체, 동문회 및 향우회 등을 통해 타지에서의 어려운 상황에 십시일반으로 나눔을 실천해왔다.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한인들은 종전과 같이 직접 대면은 줄고 온라인 가상세계에서 더 많이 교류를 할 것이며, 개인적인 성향을 보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인들끼리 또는 한인과 대사관을 연결하는 소통창구로써 한인회의 역할과 책임이 좀더 커질 전망이다. 이제 한인회는 위드 코로나 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