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이 숲의 주인을 알 것도 같다.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
여기 멈추어 서서 내가
눈 덮이는 숲을 바라보는 걸 알 수 없으리.
나의 작은 말은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근처에 농가도 없는 데 멈춰선 나를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
한 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말은 뭔가 착오라도 있느냐고 묻는 듯이
마구馬具에 달린 방울을 울린다.
달리 들리는 것은 바람에
눈송이 스치는 소리만이.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그윽하지만,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가야 한다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가야 한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Robert Frost (1874-1963)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그윽하지만,/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가야 한다/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가야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의 첫날이 한 주일에 들어있습니다. 이맘때면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를 떠올립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이 시의 정서에 담겨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시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을 ‘자기 전에 갈 길이 멀다’로 하지 않고,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가야 한다’로 바꾸었습니다. 송년의 시간을 맞으면서, 별로 아쉬움 없는 듯 툴툴 털어버리기는 쉽지 않더라도 후회와 난망難望의 자세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무언가 미진未盡한 부분이 남은 듯한 아쉬움, 그게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자세인 듯합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Frank Sinatra의 ‘All The Way’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