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그대, 거침없는 사랑』 푸른숲, 2002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간절한 이 그리움들을,/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달빛에 실어/당신께 보냅니다”
겨울 속으로, 새해 첫 여행을 떠났습니다. 멀리 달마산達摩山이 보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나타날 무렵, 가슴이 먹먹해져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미황사美黃寺에 들어섰습니다. 미황사에는 그 누이도, 동백꽃도 없이 정적만 감돌고 있었습니다. 부산 온천장에서 가져간 동백 씨앗을 누이가 다녔을 길가에 심어놓고, 미황사 동백 씨앗도 정성스레 가려 담았습니다. “환하게 안겨오는 애기동백꽃”(김태정의 시 ‘동백꽃 피는 해우소’ 중에서)이 내 곁에서 필 무렵이면 미황사에도 봄이 붉게 타오르겠지요.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어쿠스틱 콜라보(안다은)의 ‘묘해, 너와’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