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창비시선 163 『그리운 여우』 창비, 1997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강은,/안타까웠던 것이다/……”
갈대, 머리 저어대는 둘레길을 걷다 보니 해질녘입니다. 강물소리는 꿈결 같고, 저 너머에는 밥 짓는 연기, 그리움은 보랏빛으로 물듭니다. ‘밥 짓는 연기는 왜 그리움인지’를 자문하며 돌아서는 길, 이미 하늘엔 시린 별들이 총총합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크러쉬·적재의 ‘가리워진 길’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