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섬이 3월 3일 새해 명절인 ‘녀삐’(Nyepi)를 맞아 침묵에 잠긴다. 녀삐는 발리 사람들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조용히 자기를 반성하는 날이다.
녀삐는 힌두교 사카 달력의 새해 첫날로 발리 주민들에게 가장 큰 명절이며 인도네시아 국경일 중 하나다.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인도네시아 다른 지역과 달리 대다수의 발리 주민들은 힌두교의 한 형태인 발리힌두교(Balinese Hinduism)를 믿는다.
녀삐 전날까지는 각종 정화 의식과 전통 행사가 이어진다. 특히 녀삐 전야는 시끌벅적하다. '오고오고'(ogoh ogoh)라 불리는 거대한 악령 인형을 만들어 행진한 후 인형을 불태우는 의식은 가장 큰 볼거리다. 하지만 녀삐 당일이 되면 발리 힌두교도들은 가족들과 함께 집에 머물며 명상과 참회의 시간을 보낸다.
자카르타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발리 주민들은 힌두 침묵의 날인 녀삐에 불을 피우 거나 불을 켜지 않는 것(amati gni), 일을 하지 않는 것(amati karya), 외출 자제(amati lelungan), 여가 활동 참여 자제(amati lelanguan) 등 네 가지를
하지 않는다.
녀삐 당일에는 도로가 텅 비고 공항과 항구도 운영을 중단한다. 발리 행정당국은
3월 3일 오전 6시부터 3월 4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발리에서 이동통신 서비스와 IPTV 서비스를 중단하지만
전화, 단문메시지, 광케이블 인터넷 서비스는 중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완전한 어둠 속에서 집에 머무는 동안 발리 전통의 자경단인 뻐짤랑(pecalang)만 순찰을 돌며 사람들이 녀삐 규칙을 지키는지 감시한다.
힌두 교리에 따르면, 침묵의 날은 다르마(dharma 윤리적인 행위 규범)를 이행했는지 그리고 삶의 철학인
뜨리 히따 까라나(Tri Hita Karana)를 실천했는지 등 선악을 묵상하는 시간이다. 모든 발리 힌두교도는 교리에 따라 이웃, 영적 신념 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녀삐는 자제와 어둠을 준수해야 하는 날이지만, 매년 침묵의 날을 보고
싶어하는 국내외 관괭객들이 몰려든다.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발리는 전세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강한 매력을 가진 관광지이다.
발리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가끔 발리가 인도네시아와 별개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외국인도 많다.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은 비키니와 술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양 관광객이 발리의 고유한 문화와 종교가 훼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발리인들은 세계화와 외부 문화의 유입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유한 종교와 문화 그리고 생활방식을 지키고
있고, 우리는 이를 녀삐 날에 확인할 수 있다.
발리에 힌두교가 우세하지 않았다면 발리가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었을까? 한때 일부 정부 관리들이 발리에 이슬람 관광객을 위한 '할랄(halal)' 관광을 도입하려 했지만 발리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발리는 이슬람 규정에 따라 할랄 음식과 음료 및 기타 필수품에 관한 자체적인 시장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발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토착 문화와 외부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