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裸木
신경림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창비시선 115 『쓰러진 자의 꿈』 창작과비평사, 1993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20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는 나목처럼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여 ‘같이 우는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 되어서 더 이상 국민을 편가르지 않고, 서로 증오하지 않는 새날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정홍일의 ‘나의 꿈을 찾아서’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