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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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28

기사입력 2022.03.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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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그늘 사이로


                                                       김명리



          저 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길을 따라 계속 오르다 보면

          '수효사' 라고, 낮은 푯말이 벚나무 아래 기우뚱하고

          웃자란 억새풀들 사이로 진노랑부리 새 한 마리

          어디로 가나 내가 어디로 가나

          아까부터 초조히 엿보는 듯한데

          비 온 뒤끝이라 발 아래 뭉클한 붉은 진흙고랑

          기울어진 마름모, 비뚜룸한 세모,

          또 저 파랗고 길둥근 네모 꼴들로

          하늘을 분할하는 빛나는 벚나무 나뭇가지들

          나뭇잎 푸른 귓전을 이명처럼 적시는

          저 맑고 통통한 소리소문들

          들리는 말로는 그 절이 사라졌다고도 하고

          또 들리는 말로는 그 절이 아직은 거기에

          있을 거라고들 하는데

          빙 둘러친 입산금지 철책 꺾어진 틈

          거기 휩싸인 싸아한 벚꽃잎, 벚꽃 향기 틈으로 보면

          멀리 희끄무레 단청 흩어진 수효사!

          어느 사이 내 삶에

          벚꽃 잎사귀만한 꽃그늘이 들어오는지

          자욱이 내 눈물샘으로 뛰어드는 하루,

          하루살이떼들


 

문학동네 시집 37 『적멸의 즐거움』 문학동네, 1999




식물원카페.jpg


 

 “……/하늘을 분할하는 빛나는 벚나무 나뭇가지들/나뭇잎 푸른 귓전을 이명처럼 적시는/저 맑고 통통한 소리소문들/……”

 ‘꽃그늘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햇살 아래 벚꽃이 눈부신 봄입니다. 꽃잎을 흔드는 바람을 맞으며 봄볕 아래 꽃구경을 하면서도 순간순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꽃그늘 사이로’ 끊김 없이 시간은 흐르는데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와 전쟁 중이고, 청와대 용산 이전 시비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코로나19는 확산되고 있습니다. 푸틴의 예에서 보듯 국가 권력을 한 사람에게 위임하는 게 최선일까요?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와 인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밤입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Carla Bruni의 ‘Spring Walz’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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