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당 선언
황규관
찬 바람도 개종을 한 것일까.
세상의 내부에
낮은 기도를 남기는 일을
등한히 한 시간을 살았는데,
어둑한 허공에서
수줍은 강령 발표를 하고 있다.
음… 그러니까,
끔찍한 소식이 가득한 이 별에도
기다림은 두근대고 있다는 말이군.
멀어지는 뒷모습에
조촐해지던 슬픔처럼
가벼워져 냇물을 닮아가는
어느 돌멩이처럼
어둠을 꽃잎으로 바꾸는 연금술이
나무 아래 무수했다.
삶창시선 44 『정오가 온다』 삶창, 2015
“……//어둑한 허공에서/수줍은 강령 발표를 하고 있다.//……/가벼워져 냇물을 닮아가는/어느 돌멩이처럼/어둠을 꽃잎으로 바꾸는 연금술이/나무 아래 무수했다.”
‘끔찍한 소식이 가득한 이 별에도/기다림은 두근대고 있’습니다. 춥고 어두운 밤에도 별은 빛나고 있으며, 한숨 나오는 이 시간에도 쉼 없이 봄꽃은 지고 또 피어나고 있습니다. ‘낮은 기도를 남기는 일’은 흔적이 없도록 조심스레, 진정眞情으로 해야 할 일. 내 ‘낮은 기도’로 지상의 어느 생명 하나 찬바람 속에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OST 중 Ennio Morricone의 ‘Playing Love’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