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포리의 봄
권선희
벚꽃 만개한 마당에 차를 세우고
오리고기에 소주를 세 병이나 마셨다
나는 돌아와 잠들고
차는 벚나무가든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중천에 해 올라 데리러 가니
물방개 같은 쇠붙이는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동을 건다
자꾸만 죽는 녀석의 자지
키를 돌리며 가속 페달 밟아대도
푸두두두 꺼지고 만다
아, 그랬구나
쇠붙이를 달구며 밤새 뒹군 저 은빛들
한둘이 아니다
취하여 방전한 청춘 위로
꽃비늘이 다닥다닥 돋았다
애지시선 013 『구룡포로 간다』 애지, 2007
“……쇠붙이를 달구며 밤새 뒹군 저 은빛들/한둘이 아니다/취하여 방전한 청춘 위로/꽃비늘이 다닥다닥 돋았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눈물 없이는 마주할 수 없는 사월도 4·3, 4·16 그리고 4·19를 넘어서 이제 사위어갑니다. 이지러지는 달빛 아래 통행금지도 없이 ‘밤새 뒹’구는 청춘들을 가만히 지켜보려 벤치에 앉았습니다. 1시간이 지나도, 그리고 2시간을 넘겨도 들고 온 캔 맥주의 찬 기운은 그대로네요. 아직은 밤공기가 마음을,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취하여 방전’되기도 전이라 참 많은 생각이 스쳐 가는데, 지나는 전조등 불빛에 박태기 붉은 꽃잎만 타오르는 시간입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해어화 OST 중 한효주의 ‘사랑 거즛말이’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