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가 아기의 발갛게 벌린 입에 아이스크림을 넣어주고 있다. 한입 베어 문 아기는 꽤 멀리 갔다가 와서 입 벌리기를 반복한다. …… 분명 할머니와 아기 사이에 길이를 조절하는 무슨 투명 강아지줄이 있는 모양이다. 살면서 줄은 한없이 길고 가늘어져 늙어버린 아기가 골목을 벗어날 테지만, ……”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가까이 붙어 있는 오월의 첫주입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오월이 오면 항상 바삐 보냈던 추억이 있습니다.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하고 그날을 어떻게 기념할지에 대해 신경을 쓰는 한편, 어버이날 선물은 무엇으로 하며 부모님과 어디서 식사를 할 것인지에 대해 형제들과 의논하던 기억들이 그 시절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하지만 그때를 회상한다고 해서 이런 일들이 지금의 나와 무관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노래 가사처럼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도 나는 여전히 (손녀를 위해) 어린이날 선물을 챙기고, 구순을 넘긴 어머니를 즐겁게 할 그 무엇에 대해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이런 오월을 앞으로도 계속 맞을 수 있다면 ‘그 시절의 나’는 ‘현재의 나’를 계속 만나게 되겠지요.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