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피에타
― 도미야마 다에코* 판화를 보고
이상열
직근直根으로 와 통꽃으로 갔다
담을 수 없는 통한으로 갔다
붉은 흙 위 더욱 선연한 핏자국
야만의 시간은 침묵을 강요하지만 꽃은
오늘도 피고
내일도 피어
지축을 흔드는 함성으로
결단코 살아낼 것!
* 도미야마 다에코: 5월 광주를 세계에 알린 일본 민중 판화가.
애지시선 092 『세 그루 밀원』 애지, 2020
“……/야만의 시간은 침묵을 강요하지만 꽃은/오늘도 피고/내일도 피어/지축을 흔드는 함성으로/결단코 살아낼 것!”
충무로 영화제 개막작 포스터 및 메이킹 촬영하느라 충무아트센터와 신당역에서 주말 밤을 새웠습니다. 아트센터 안팎에서 코로나에서 벗어나 공연을 보러 온 젊음은 2년 6개월의 인내를 뒤로 하고 폭발하는 듯했습니다. 분장실에는 좀비로 분장하는 연기자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지만, 나는 그 모습을 한 컷 한 컷 찍으며 결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상열 시인의 ‘동백꽃 피에타’와 도미야마 다에코의 ‘광주의 피에타’가 오버랩 되었기 때문입니다. 선혈鮮血 낭자하던, 울음 그득하던 ‘그날’이 있었는데, 오늘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요?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제하 시인의 ‘모란 동백’(원제: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